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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05. 2023

다른 일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일을 대하는 자세: 마무리에 관하여 

한동안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도 안 맞고 너무 힘들어서 다른 일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애증의 번역일이었다. 번역은 대학생 때부터 나와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객관적으로 말해서 나는 번역과 잘 맞지 않는다. 우연히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하다 보니 꽤 많은 번역일을 하였지만 결과도 과정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지막 번역일을 하고서는 다시는 번역일을 하지 말아야지 결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지금 일이 너무 힘드니 번역일이 오히려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번역일을 알아보고 컨설팅 비슷한 걸 받기 위해서 이력서와 샘플테스트 비슷한 것을 보냈다. 그리고 들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일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기본도 되어 있지 않네요" 


손이 벌벌 떨리고 하루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보냈던 결과물을 다시 보았다. 


그렇다 그 사람의 말이 너무도 맞았다. 나는 마무리가 전혀 안된 일을 보낸 것이었다. 돈 주고받는 컨설팅이니 사실 대충 해서 보내고 컨설팅 결과만 들으려고 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번역의 기본은 꼼꼼함 아닌가. 오역과 누락을 내지 않는 것, 스펠링을 틀리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상담자에게 컨설팅해 주시는 분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처음에는 아니 컨설팅을 해주면 내용을 봐야지 형식을 너무 보는 것 아니야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도의 문제였다. 번역가, 아니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였다. 


어떤 일에든 마무리를 하는 태도의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마무리가 늘 부족했다. 대학원 시절에도 직장 다니면서도. 마지막 한번, 두 번 더 보고 틀린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 그것이 부족했다. 그냥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본과 정도를 어겼다. 


물론 장표에 있는 정렬 맞추느라 눈이 빠지도록 들여다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충 마무리해야지 라는 태도가 내 삶에 자리를 잡았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라는 말만을 믿으며 마무리를 대충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Done에는 기본 적인 것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 아니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다. 발송해야 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자 결과가 달라졌고 평가가 달라졌다. 물론 힘에 부치기도 한다. 그냥 send 버튼을 누르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하지만 피곤함을 이기고 한번 더 보면 오타가 나오고 두 번 보면 설정 틀린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만족스러워 보이는 기획서라도 한번 더 들여다보고 더 수정하고 마무리를 해내고 있다. 


결국 태도가 남는다. 그 태도는 단지 성격이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일을 대하는 태도도 포함하는 것이다. 나는 일을 빨리 습득하거나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 2년간 치열한 경험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나의 태도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태도를 나의 강점으로 키워가야겠다 결심했다. 

언제든 성실하게 일을 대하고 마무리하길, 

어떤 일에든 누구와 하는 일이든 일관성을 가지고 일을 대하고 마무리하길, 


오늘도 홍삼과 오쏘몰을 들이키며 책상을 지키는 나에게 바란다. 



Image by David Mar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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