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박하 Apr 28. 2023

다이어트하는데 그릇은 왜 사나

템빨이 중요하긴 하지만

요즘 가벼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막 본격적으로 운동하고 식단하는 것은 아니고 채소와 과일을 좀 더 먹고 빵과 라면을 줄이는 등 건강한 습관을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동안 흰밥이 너무 맛있어서 한참 먹었더니 1kg이 늘어서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몸무게에서 1kg가 넘어간 거라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밥 먹을 때 그릇 반은 꼭 생채소를 담고 나머지에 통곡물과 채소반찬을 곁들여서 먹고 있는데 자꾸 그릇이 사고 싶어 진다. 정말 다이어트하는데 그릇이 왜 필요한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릇을 찾기 위해 네이버니 쿠팡이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그릇 조건은 이러했다.

- 도자기가 아닐 것 (비행기로 가져와야 하니)

- 파스타볼 정도의 깊이가 있을 것 (납작한 접시는 채소를 많이 담기가 어려워서)

- 하얀색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

- 예쁜 것

사고 싶은 예쁜 그릇 (그릇정보 물어보셔도 안 알려드림)

그리고 그러다가 얼마 전에 마음에  드는 그릇을 발견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그릇이었다. 나무 소재로 만들었는데 식기세척기 사용도 가능하다니! (광고 아님. 광고 희망 ) 가격도 착해서 잔뜩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결제를 해서 7월에 가면 가져와야지라고 생각하던 순간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니 다이어트하는데 왜 그릇까지 사'

정말 나의 뇌는 신기하게도 필요를 여전히 잘 만들어 낸다. 집에 이미 그릇들이 있다. 물론 파스타 접시는 없긴 한데 대체할 만한 그릇은 많이 있다. 다이어트에 중요한 것은 식단이지 그릇이 아닌데 자꾸만 다른 곳에 눈이 가는 것은 여전히 어쩔 수 없다.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SNS를 봐도 운동하면 운동복을 잔뜩 사게 되고 다이어트하면 그릇이니 다이어트 식품이니를 사게 된 후기들이 많이 있다. 냉장고 정리를 하려면 냉장고용 용기가 따로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냥 냉장고에 들어갈 음식을 줄이는 편이 더 빠르다), 옷장정리를 하려면 수납용품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옷이 줄어들면 정리가 필요 없어진다), 흔히 말하는 템빨이 필요할 것 같게 느껴진다.


물론 템빨은 중요하다. 내가 우울&불안장애를 심하게 앓던 시절 식기세척기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뭔가를 하려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본질보다 더 아이템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문득 냉장고정리를 위해서 수납용기를 샀는지, 수납용기를 사려고 냉장고정리를 시작했는지 모르게 되었던 나의 과거처럼 말이다.


예전에 이사를 가면서 냉장고정리를 잘해보려고 수납용기를 정말 잔뜩 샀었다. 그러고 이사를 갔는데 이후로 직장생활에 육아에 너무 바빠서 수납용기는 1/10도 꺼내지 못하고 나중에 그대로 지인에게 주고 말았다. 그때 남편이 우리 집 냉장고는 정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디서 들어오는 반찬과 김치를 그만 받는 게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했던 게 생각난다. (시댁과 친정에서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던 반찬이 감당이 안되었다)


결국 무엇이든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은 다이어트와 식단이지 그릇이 아닌데 그릇을 사려고 하는 마음, 쇼핑을 통해 도파민을 좀 얻어보려는, 쇼핑건수를 어떻게든 찾아보려는 나의 뇌를 잘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소비단식을 했지만 그래도 쇼핑의 즐거움을 잊어버리지는 못했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장바구니에서 그릇을 지웠다. 이미 이전에도 브런치 접시니 뭐니 하면 사놓고 안 쓰던 전적을 기억하며 지금 있는 그릇들을 잘 써보려 한다. (사실 아직도 그릇이 가지고 싶지만)


소비단식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여행 가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