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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11. 2023

90% 채식일상

채소가 좋아 

여전히 90%즘 채식을 하고 있다. 이제 구운 고기나 삶은 고기등 "고기고기"한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가끔 돼지갈비 양념 맛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돼지갈비 양념에 버섯을 넣어 구워 먹는다. 특히 팽이버섯은 양념 발라 구워 먹기가 딱 좋다. 치킨은 어느 순간부터 소화가 안돼서 먹지 않았고 탕수육과 돈가스는 대체제품이 많아 손쉽게 채식으로 즐길 수 있다. 


완전한 비건이 되는 게 최종 목표이긴 한데 여전히 쉽지는 않다. 가끔 먹는 디저트와 라면에 포함되어 있는 재료들까지 배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또 가끔 밖에서 외식을 할 때 완전 채식메뉴를 찾는 것도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 여전히 90% 채식인에 머물러 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에 들어간 닭고기 성분이 늘 마음이 쓰인다. 외국에서 사 먹는 불닭볶음면은 닭이 들어가지 않아서 채식이 가능한데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에는 이름답게 당연히 들어있어 피하기가 어렵다. 까르보불닭이라도 먹으려 하면 유제품까지 더해져 더욱더 채식은 요원해진다. 채식라면을 먹는 옵션도 있긴 한데 불닭볶음면만큼 아직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제품을 못 만났다. 삼양에서 채식 불닭볶음면을 어서 출시해 주면 좋겠다. 


또 동네 엄청나게 맛있는 까눌레와 마들렌을 파는 곳이 있어 가끔 너무 생각이 나서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버터와 우유가 당연히 많이 들어가 풍미가 좋은 것이라 90% 채식인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 먹고 있다. 또 해산물, 특히 초밥이나 성게덮밥 같은 것을 너무 좋아해서 일 년에 1-2번 정도는 먹고 있다. 식물로 만든 가공 성게나 생선 같은 것은 나와도 먹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성게나 광어, 연어의 맛이 내게서 잊히길 바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동네 빵집에서 우유, 설탕, 버터를 넣지 않은 맛있는 빵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하고 한두 시간이면 빵이 다 팔려서 아침에 오픈런을 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늘 맛있는 채식빵을 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아침마다 데운 따뜻한 빵에 차가운 잼을 발라 먹으며 정세랑 작가님의 글을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채식인 것들이 많아서 참 감사하다. 과일 잼들도 모두 식물로만 만들어져 있고 (당류는 높지만) 맥주도 바게트도 커피도 모두 그 자체로 비건 제품들이다. 한국의 수많은 나물 반찬들도 얼마나 맛있는 채식 음식인지 모른다. 간장,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양념들도 모두 식물성인 것들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채식 돈가스나 탕수육도 좋지만 채소의 맛 자체를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대체품들도 줄여가려고 한다. 


이제는 엄청나게 애쓰지 않아도 90% 정도는 생활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도 맛있는 곡물깜빠뉴에 잼을 발라 커피와 아침을 먹었다. 점심에는 채수로 끓여 간장 양념장을 넣어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으려 한다. 채소 고명을 잔뜩 올려 먹는다. 저녁에는 나물을 넣어 지은 현미밥에 나물 반찬을 곁들여 먹을 예정이다. 저녁을 먹고 작은 맥주한캔을 마셔도 좋겠다. 다음에 글을 쓸때 95% 정도의 채식인이 되어있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roam in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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