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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27. 2023

책으로 도망치기

역시 힘들 땐 책으로

오늘은 글을 좀 쉴까 하다가 가볍게라도 써보는 글.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고 독서량이 증가했다. 특히 관심 있는 작가의 책들이 꽤 있어서 열심히 빌려서 보고 있다. 물론 사는 책들도 적지는 않다. 책을 출간한 이후로 책은 사보자는 주의라 어느 정도는 사서 보고 있다. 사실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원 없이 책을 사볼 수 있으면 좋겠다.


힘이 들면 들 수록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책 속으로 도망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있는 요즘, 가볍게 남겨보는 그간 읽은 책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 시리즈 3권

이전에 말했던 라디오 시리즈. 아이 학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에 어떤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 보면 역시 하루키지 하면서 가볍게 읽게 된다. 가볍고 재미있는 에세이 모음이다. 나도 저런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이 늘 든다. 다른 에세이들도 좋지만 역시 제일 좋은 것은 라디오 시리즈.


파친코 - 이민진

사진에는 1권만 있지만 2권은 마음이 급해 이북으로 사서 읽었다. 소설을 잘 읽는 편은 아닌데 파친코 드라마의 몇 장면을 보고 소설을 읽어야겠다 생각을 했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깊이와 사유 그 흐름에 이틀정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읽었다. 특히나 비극을 비극 같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내려 간 시선이 너무 초정밀화 같은 요즘 매체에서 느껴지지 않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고통을 잔인하게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민진 작가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보게 되었다. 그녀가 오래도록 써 내려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나의 더딘 걸음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에세이들: 끝내주는 인생 - 이슬아, 나의 뉴욕 수업 - 곽아람,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임경선,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 박상영

내가 에세이를 써서 그런지 에세이들에는 늘 손이 많이 간다.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각각 다른 예민함과 섬세함으로 삶과 주변을 그려낸다. 시원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또 부럽기도 하다. 여러 가지 감정과 공감이 오가는 글들을 보며 나도 글을 더 다듬는 연습을 해야지 생각한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레이먼드 카버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류 포터

여러 번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는 카버와 (사진에는 없지만) 요즘 각광받는 앤드류 포터를 읽었다. 결론까지는 아니고 나는 미국 단편 소설가들과 맞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포기하기엔 이르지만 아직까지 책장 넘기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다들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 터이니, 다음에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메리올리버

역시 메리 올리버. 힘들 땐 늘 메리 올리버를 읽는다. 그녀가 풀어놓아주는 넓고 푸른 벌판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녀와 숲을 걷고 강가를 산책하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녀는 늦은 저녁 짙은 노을 같고 이른 새벽 푸른 동트는 소리 같다. 그녀의 사유와 시가 있어 감사하다.


질서너머 - 조던 피터슨

읽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서는 학자의 오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늘 고통이 느껴진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알았다. 12가지 인생의 법칙도 좋았는데 이번 책은 더 깊이가 느껴진다. 아마도 고통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나오는 그의 깨달음이 더해져서 이겠지. 늘 인생의 고통이 우리 삶을 갉아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우리는 고통을 넘어서 더욱 성장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겠지


이나가키 에미코

도서관에 책이 3권이나 있길래 모두 빌렸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녀의 선택과 행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고 냉장고를 비우고 옷장정리를 한다. 가볍게 그렇게 살다가고 싶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엄청 획기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대신 작가의 유쾌한 글솜씨에 반했다. 어려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고 대안들도 제시하는 글쓰기가 좋았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정세랑 작가 소설은 사실 처음이다. 좋아하는 장르 - 미스터리 수사극이라서 읽게 되었는데 딱 좋은 깊이와 유쾌함, 호흡에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머릿속에 그림이 어찌나 잘 그려지는지 곧 드라마화될 것 같다. 캐스팅은 이미 내 맘대로 해보았다. 아 2권은 언제 나옵니까 작가님.


한국에 있어 좋은 것이 참 많은데 책을 편하게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이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다. 도서관이 3분 정도 거리에 있고 생각보다 책도 많아 감사히 이용하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책들은 적당히 사보려 한다.


책을 읽으면 몇 분 이내로 스트레스가 68% 정도 가라앉는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유까지는 자세히 읽지 못했는데 아마 책이 주는 위로가 큰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고 뭐라도 하는 것 같아서 더 안도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는 정신이 없어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이제 다음 주 월요일, 다시 도서관에 갈 시간을 기다려본다.


읽어주시는 브런치 작가님 구독자님들 모두 평안한 가을, 금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 Unsplash의 Susan Q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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