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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21. 2023

거절을 견디는 법

언젠가 주어질 합격 목걸이를 기다리며 

프리랜서의 일상은 이메일로 시작해서 이메일로 끝난다. 오늘도 어제도 부지런히 프리랜서 등록을 하고 이메일을 쓴다. 100개의 이력서를 넣으면 3-4개의 샘플테스트를 보게 되고 그중에 1개 정도 일을 받게 될까 말까 하다. 번역일을 오랫동안 쉬었더니 이력서가 시원치 않아 거의 초보 번역가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거절 메일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샘플테스트를 보고 떨어지는 것은 타격이 좀 있다. 이력서를 보고 떨어지는 것이야 이력서를 좀 더 채워서 다시 넣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샘플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내 번역이 별로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타격이 크다. 최근에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 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했던 샘플테스트에서 거하기 떨어지고 나서 저녁 내내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썼다. 


나는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우울한 일들이 있더라도 그것이 가족들과 특히 아이에게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좌절스러운 일이 생겨도 불닭볶음면과 함께 꿀꺽 삼켜버리거나 떡볶이와 함께 꼭꼭 씹어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마음이 아이에게 가족들에게 흘러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예전에 일하던 가장 닮고 싶었던 팀장님이 그렇게 감정 조절을 잘하던 분이셨다. 대표님에게 크게 한소리 듣고 자리에 오셔도 곁에 다가가 "저 팀장님 보고드릴 일이 있는데요"하면 웃으시면서 "뭔데~?"라고 하셨다. 그 놀라운 태도를 곁에서 보면서 항상 닮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일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흘러가지 않도록 애써서 노력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일과 나를 어느 정도 분리하는 법이 필요했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다. 일 하나 거절되었다고 내 인생이 거절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기회가 있다. 늘 처음이 힘들지 조금 지나면 더 많은 일들이 내게 주어질 것이다.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은 정말 정말 중요하다. 


특히 비슷한 업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 세계에만 갇혀서 "가능성 있는 나"에 빠져서 노력은 안 하고 계속 떨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도 이력서를 수정하고 작은 자원봉사일이라도 알아보고 노력한다. 또 재택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 중 할 수 있는 일들에는 과감히 이력서를 넣는다. 


그렇게 거절메일에는 오늘도 받은 거절 이메일에 고맙다 다음에는 꼭 같이 일하자는 답장을 쓰고 듣고 있던 영어강의를 마저 듣는다. 영작은 왜 이리 어려운지, 영어는 점점 더 왜 어려워지는지 머리를 쥐어뜯지만 그래도 공부할 시간과 환경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며 졸린 눈을 부릅뜨고 강의 필기를 한다. 


거절 이메일


마태 효과라는 것이 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는 구절에서 비롯된 것인데 부익부 빈익빈을 설명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분기점을 넘어서면 일이든 SNS팔로워든 일정 분기점 이하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분기점까지를 견디는 사람이 이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1억 만들기가 우선인 재테크도 이러한 효과에서 비롯된다. 


나의 삶도 그렇게 견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분기점을 넘을 때까지는 거절도 많이 당하고 실패도 많이 하겠지만 그것들을 쌓아가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어느샌가 실력을 많이 쌓은 내가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의 거절을 견디는 내가 필요하다. 물론 불닭볶음면과 떡볶이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떡볶이는 12월이 돼야 먹을 수 있지만...). 오늘을 견딘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 먹는 불닭볶음면을 선물해야겠다. 



사진: Unsplash의 Stephen Phillips - Hostreview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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