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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7. 2023

모든 것은 버리기에서 시작되었다.

집밥 30일 챌린지: 좀 더 가벼운 삶을 위하여

사실 모든 것은 버리기에서 시작되었다. 하루에 다섯 개 정도를 찾아서 버리고 있다. 이미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버릴 것이 너무 많다. 작은 열쇠고리 카드 등도 다 물건 개수라 5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버리기를 하다가 집밥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케냐며 카메룬이며 돌아다니며 짐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버려도 될 것들을 다 들고 다녔었다. 목 늘어난 수없이 많은 티셔츠들과 몇 년째 입지도 않은 블라우스들을 정리했다. 이제는 보지 않는 책들을 정리했고 유효기간 지난 신용카드들도 잘라서 버렸다. 그래도 아직도 방은 짐으로 가득하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을 보면서 옷도 가짓수를 줄이고 식기들도 가짓수를 줄여나가야지 결심하면서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망설여진다. 언젠가는 모든 짐들이 캐리어 한두 개에 정리되는 가벼운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기의 심리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생각은 구별하는 힘, 판단력 등이 생기는 것 같다. 버려야 할지 말지 생각하고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버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 구별하는 힘들이 조금은 더 단련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오늘은 수많은 펜들을 꺼내놓고 그어보며 정리를 했다. 그러면서 쓰는 펜은 딱 하나면서 왜 이렇게 펜이 많은가 반성한다. 한때 필기구에 정신이 나가서 얼마 안 한다는 핑계로 몇만 원어치씩 구매했었던 나를 반성한다. 그러면서 스티커들이 잔뜩 담겨 있는 박스를 바라본다. 스티커와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들이 한가득이다. 이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정신없는 펜 서랍


아이 책과 장난감은 내 것이 아니라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낡고 부서진 것들만 구분하여 버리는 것으로 계획만 세워 두었다. 남편의 짐까지는 손대지 않는다. 도미니크 로로의 책에 보면 부모님이 아이의 짐을 마음대로 버린 어린 시절이 경험이 저장강박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와 남편의 짐에는 손대지 않는다. 내짐만 정리해도 사실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얼마 전 버릴 옷을 찾다가 요즘 내가 사고 싶어 하는 컬러의 니트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정리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이전에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옷을 버렸다는 글에서도 보면 결국 적당한 가짓수의 옷과 정리가 소비를 줄여준다. 가끔 한국으로 들어와서 회사를 다닐 때는 항상 맘에 드는 착장을 4-5개 마련해 두고 돌려가며 입었었다. 아침에 선택도 줄일 수 있고 원하는 옷을 항상 입을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든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사람들, 유니폼처럼 여러 번을 마련해 두고 입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까지는 할 수 없어서 마련한 방법이었다.


https://brunch.co.kr/@seoparkha/51

오늘의 버리기 미션을 끝내고 나면 상당히 개운하다. 개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일상의 루틴 몇 가지에 버리기를 넣고 나서 삶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모든 것은 버리기에서 시작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승려처럼 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삶을 둘러싼 군더더기들을 덜어내는 일은 루틴이 아니라도 우리 삶을 좀 더 가볍게 해 준다.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일은 늘 마음이 깨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순식간에 책상도 방도 어지러워지고 택배 박스가 문 앞에 쌓이게 된다. 버리기는 어쩌면 마음을 비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삶을 가득 채운 물건들을 비워나가다 보면 언제가 더 꼭 필요한 것들이 내 마음을 채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Unsplash의 Bench Accou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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