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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6. 2023

그래도 나는 라꽁비에뜨 버터가 사고 싶다.

소비단식 30일 챌린지 마무리: 식재료 욕심 줄이기

이제 30일 챌린지를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외식 약속 스케줄 1회를 제외하면 배달 및 외식 없이 무사히 30일을 보낼 수 있었다. 앞서 쓴 글처럼 80만 원 정도를 절약했다. 사실 더 절약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아쉬움도 남는다. 바로 식재료 욕심을 더 줄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소비단식일기에서도 밝혔는데 나는 집밥만 먹으면서도 가정 경제를 파탄 낸 경력이 있다. 바로 집 근처에 있었던 고급 슈퍼마켓을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고급 슈퍼마켓에는 그동안 잡지에서나 보던 식재료들로 가득했었다. 봉골레 파스타가 해 먹고 싶으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모시조개가 그곳에 있었다. 2000원짜리 바지락이면 될 것을 10000원도 넘게 모시조개 사는데 돈을 썼다. 버터도 치즈도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유기농 제품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도 2-3개월 만에 거의 6개월 넘게 예정되어 있었던 예산을 전부 써버렸었다. 그 동네를 떠나고 나서도 한참은 식재료 욕심이 차올라 인터넷을 뒤지곤 했었다. 집밥만 해 먹을 때였는데도 식재료 욕심에 카드가 춤추기 시작하면 그것은 배달음식만큼이나 위험하다. 바로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보태보태 병이 식재료에 더해지는 것이다. 5000원만 더내면 더 고급 치즈를 먹을 수 있는데 유기농인데 하면서 장바구니를 채우면 순식간에 몇십만 원을 더 쓰게 된다. 


이번에 집밥 챌린지 하면서 가장 주의한 것이 바로 식재료에 욕심내지 않는 것이었다. 자꾸 버터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나는 버터를 먹지는 않고 아이가 감자를 좋아해서 매쉬드 포테이토나 버터에 구운 감자를 자주 해주다 보니 버터를 많이 쓰게 된다. 쿠팡으로 앵커버터를 사면 그만인 것을 자꾸만 이즈니 버터니 (앵커버터의 4배 정도 비싸다) 라 꽁비에트 버터니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빵에 발라보면 그렇게 맛있다는데 한번 먹어볼까 하고 말이다. 아마 라 꽁비에트 버터를 샀으면 고급 살라미나 장봉도 같이 사고 치즈도 같이 사서 남편 고급 샌드위치를 만들어 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샌드위치 하나에 몇 만 원 하게 된다. 


나는 돈 많이 벌면 한남동에서 수입 식재료 상을 하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식재료에 대해 관심이 많고 돈도 많이 썼었다. 사실 이제는 채식하느라 먹지는 않지만 고급 치즈나 버터, 와인안주 들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 식재료 욕심을 겨우겨우 누르고 적당한 가격의 바질페스토 하나 사서 토마토 끼우고 잠봉대신 롯데샌드위치햄을 사서 샌드위치를 만든다. 유기농 루꼴라를 넣고 싶지만 그냥 야생루꼴라를 사서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남편은 맛있게 먹어줬다. 


절약한 80만 원을 보면서 기쁘지만 그럼 라꽁비에뜨 버터를 한번 사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 욕심을 누르고 앵커버터 455g 2개 9000원짜리를 주문했다. 언제 즘 나의 식재료 욕심은 끝이 날까. 아마 누구나 욕심이 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옷이면 옷 자동차면 자동차 화장품이면 화장품들이 조금 더 조금 만도 하며 우리의 카드를 유혹한다. 처음에는 몇천 원으로 시작해서 몇만 원들이 모이고 그것들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것은 정말 눈깜짝이다. 그래서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그 선이 아마도 라꽁비에뜨 버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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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0일을 잘 마무리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우리를 방문하기로 해서 오랜만에 외식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 또 30일을 채워가려 한다. 이미 많이 줄여서 더 많이 줄이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더 식단도 열심히 세우고 식재료 관린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 집밥 챌린지 초반에 장을 많이 보면서 약간 썩어서 버린 채소들이 있어서 죄책감이 들었었다. 다음 30일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오늘은 냉장고 정리를 한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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