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생활비 50만 원으로 살아보기 (2)
나에겐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네스프레소를 한잔 내려서 마시면서 시작한다. 사실 최근에 물이라도 마시고 커피를 시작하자 싶어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침 눈뜨자마자 내리는 커피 향과 맛을 끊을 수는 없다. (물론 의사 선생님들 이야기는 다르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는 정말 하루에 몇 잔인지도 모르게 마셨는데 지금은 네스프레소 2잔 정도면 하루 커피는 다 채워진다. 아주 가끔 남편이나 아이친구엄마와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기도 하지만 정말 2-3달에 한번 정도이다.
사실 이 정도면 건강한 습관이겠지만 (?) 그리고 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다. 살을 빼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브이콘 한 상자 먹고 찐 살을 빼려고 샀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 나고 기운이 났다. 그 후로 매일 한 캔, 일이 많으면 두 캔 씩 마시고 있다. 문제는 이 에너지 드링크가 가격이 꽤 나간다는 건데,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그래도 24캔에 4만 원대에 구입하고 있다. (보통은 6만 원이 넘는다)
이번달도 아무 생각 없이 에너지 드링크 24개들이 한팩와 네스프레소 2팩 (20개)를 주문했는데 잔고가 확 줄어든 것이었다. 합치니 5만 5천 원 정도 되었다. 무심코 결제하고 잔고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이대로 과연 한 달에 50만 원으로 살 수 있을까?
커피부터 생각해 보자. 사실 집에 믹스커피도 있고 인스턴트 가루커피도 있다. 다 친정부모님이 주셨다. 그래서 며칠 가루커피를 타먹어 봤는데 맛이 없어서 (ㅠ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높아진 입맛을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믹스커피는 매운 음식 먹고 가끔 먹긴 하는데 습관이 되면 살이 너무 쪄서 주의하다 보니 잘 먹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하루에 2개의 네스프레소를 마시면, 하루에 천 원 정도이고 한 달이면 3만 원 정도를 사용하게 된다. 일주일에 7-8천 원 정도니 사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정도면 배달음식 한번 시켜 먹지 않으면 충분이 커버가 될 것 같으니 네스프레소 하루 2잔은 유지하는 걸로 결정했다.
문제는 에너지드링크인데, 한 달에 4만 5천 원, 일주일에 만원이 넘고 사실 고카페인이라 몸에 좋지도 않을 텐데 것 같지도 않은데 습관처럼 마시고 있다. 사실 마음이 안심되기도 한다.
새로 시작한 일은 쉬운 듯 어려운 듯하다. 재택근무고 크게 새로 배우 거나 어려운 일은 없는데 언론회사(?)이다 보니 시간에 맞춰 글을 발행해야 한다. 오타 등 신경 쓸 것이 많아서 기사가 나가야 하는 오전에는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다. 그러다 보니 두통도 잦고 땀도 많이 난다. 그때 심리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이 에너지 드링크이다.
생각해 보면 종종 너무 바빠서 에너지드링크 마시는 걸 잊을 때도 있는데, 꼭 매일 마실필요 까지는 없을 것이다. 습관처럼 마신다는 게 문제인데 너무 피곤하거나 정말 집중이 안될 때, 특히 월요일이나 목요일에, 마시는 걸로 정리를 해보려 한다. 일주일에 3캔 정도 마시면 한 달에 12캔 정도인데 그러면 24캔을 두 달에 걸쳐서 마시면 그나마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끊으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꼭 필요한 것만 사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충분히 줄여나가고 더 건강한 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한강 작가님은 커피도 안 드신다는데 나도 언젠가는 카페인이 주는 자극 없이도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