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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22. 2020

이 물건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소비단식일기 (10): 반소비주의 Anti-consumerism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돈을 쓰도록 유혹하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소비사회에서 소비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의 문법이 아닌 다른 문법으로 살아가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다.


지난 11월부터 우연히 비누 하나로만 씻기 시작했다. 몸에 알러지 반응이 생겨서 그렇게 되었는데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겼다. 비록 비누 하나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샴푸, 린스, 컨디셔너, 헤어팩, 폼클렌징, 스크럽, 바디클렌져, 풋클렌져를 모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비누 하나면 될 것을 그 세세한 모든 과정에 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나는 언제부터 누구에게 어떤 과정으로 느끼게 된 것일까. 어디서부터가 내 생각이고 어디서부터가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인지 이미 분간하기 어려운 것조차 많다.


과연 지금껏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일까



그렇게 보니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내 신발장만 봐도 그렇다.


검은 구두 2개, 핑크색 구두 1개

베이지 로퍼 1개, 앵클부츠 1개, 롱부츠 1개

하얀 운동화 1개, 검은 운동화 1개, 슬립온 1개

스포츠 샌들 1개, 하얀 샌들 1개


나는 왜 이 많은 신발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걸까

그 외에도 샐 수 없이 똑같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이 책도 읽어봐 저것도 먹어봐

이 옷도 입어봐 이것도 마셔봐

피곤하지? 피곤할 때는 이런저런 약을 먹고 이런저런 도구를 사용해봐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속삭이는 유혹들에 넘어가는 나는 이미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와 같다.


이런 차를 타봐 더 멋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이런 아파트에는 살아야 성공한 인생이지


그리고 그 물건을 얻지 못한 우리 대부분은 패배자의 마음이 되어버린다.

이미 가진 것이 아주 많음에도 말이다.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내 안으로 깊이 침잠하며 묻고 또 물어야 한다.

Photo by Kamil Pietrzak on Unsplash


이러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나 말고도 이미 있었다. Anti-consumerism - 반소비주의, 나와 같이 현대의 소비사회의 흐름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의 운동이다. 아래는 영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발췌&요약한 내용이다.

반소비주의(Anti-consumerism)는 소유하는 물건/물질을 계속해서 사고 소비하는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이다. 반소비주의는 특히 환경보호, 사회계층화 및 사회 지배 윤리 문제에서 공공복지를 희생하면서 재정 및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동과 관계가 있다. 정치적으로 환경운동, 반세계화, 동물권 운동 등과 겹친다. 반소비주의자들은 광고가 이러한 소비주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한다. 광고는 인간 행복의 원천을 상품과 의미 있는 관계로 연결한다. 이로써 사람들이 제품을 소비함으로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점점 더 많은 소유물을 축적하면 자아실현 또는 완전하고 안전한 존재의 개념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소비자에게 알리기 때문에 사회에 해를 끼친다.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할 거야라는 것이 소비주의의 핵심 메시지이다.

어떻게 사냐고 물었더니 000 아파트에 산다고 보여주었다는 광고나 000 자동차를 보여주었다는 메시지는 삶의 질은 무엇을 소유하느냐 어디에 사느냐에 달려있다고 평가하는 이 시대의 세계관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이러한 광고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비사회의 거대한 물결 속에 살아가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존재가치를 물건과 소유가 아닌 나 자신만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 그런 세상이 될 수는 없을까?


익명성이 너무도 강해진 세상에서 타인을 만나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나조차도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푸느냐 아니냐는 결국 보이는 것들이니까. 공동체가 사라진 세상에서 보이는 것, 소유한 것, 내가 사는 곳은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이 흐름은 정말 올바른 것일까?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소비하지 않는 것, 소비 단식으로 나만의 방향을 찾아보려 한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파도가 밀려온다.

멋진 서퍼들은 그곳을 즐기며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그렇지 못한, 서퍼 보드도 없는 사람들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아마 대부분의 우리는 서퍼 보드조차 가질 수 없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1,600여 명의 사람들이 전체 90%보다 더 많은 부를 거머쥐고 있다 (출처: 엘렌 러펠 셸, 일자리의 미래).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이 세상의 문법으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대신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저 하늘을 날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만의 새로운 문법을 써 내려갔으면 좋겠다.


이 1년간의 소비단식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소비단식 2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pendingfast2




비누만으로 씻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seoparkha/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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