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은 세 개의 작은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부부는 오 년 전 이사를 결심했다.
아이가 돌을 좀 더 지났을 때였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학군지이되 학업 압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갈 안정적인 동네를 찾았다. 공부에 너무 집중하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고 감각적으로 키우고 싶었다. 또한 한 동네에서 초중고를 다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자란 동네와 교우관계의 안정성도 고려했다.
반포, 방배, 도곡, 청담.
그중에서도 넘사벽의 가격을 뽐내는 초호화 고급빌라와 아파트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갈 수 있는 고급형 빌라들을 찾았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서초구에 위치한 [서래마을] 이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화려한 분위기를 선호하지도 않았으며 아파트보다는 빌라의 고즈넉함이 좋았다.
강남 8 학군에 예체능을 가르치기에도 환경이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서래마을만이 갖고 있는 적당한 폐쇄성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서래마을의 빌라를 샀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매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이도 우리 부부도 이 집이 꼭 마음에 들었다. 한 달간 살고 싶은 집으로 대대적 수리를 하고 입주를 하여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래마을로 이사왔다.
“ 서래마을 어디쯤 사시나요~? ”
상대의 재정상태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순전히 어디쯤 사는지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었다. 놀이터에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아이의 유치원 친구 부모들을 만날 때면 서로 서래마을에 어디에 사는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름만 대면 위치가 그려지는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특색이 있는 빌라들로 이루어진 이 곳 서래마을은 서로가 어디 즈음에 사는지 가늠하기가 애매했다.
서래마을은 마치 느낌이 조금씩 다른 마을 3개를 붙여놓은 것만 같았다.
“ 동광단지, 신동광단지, 서래마을. ”
물론 사는 사람들이 저 동광살아요, 신동광살아요, 하지는 않는다.
들어와 살다보니 방배본동의 일부, 반포4동, 방배4동의 일부에 걸쳐 서래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동광, 신동광단지는 예전에는 넓은 단독주택이 턱턱 자리잡고 있던 곳으로 이제는 고급빌라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단독주택 세대는 접근할 수 없는 위엄을 뽐내며
높은 담장 속 그 넓은 대지를 쓰고 있다.
동광단지는 함지박사거리에서 서래마을로 올라가는 길의 왼쪽이다. 100평내외의 초고급 빌라들이 있다. 단독주택에서 빌라로의 재개발을 가장 먼저 진행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97, 98년도 준공이 많고 대부분 초호화 빌라들이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어 이후에 지어진 빌라들도 대부분 80-100평으로 럭셔리 그 자체다. 완만한 지대의 고저가 있다. 산책을 할 때 고급, 반듯한 빌라들 사이를 지날 때면 정말 이국적인 기분이 든다. 적당히 폐쇄적이라 자차이동이 더 편리한 곳이지만 조금만 걸어나오면 반포천이 코앞이고 고속터미널도 매우 가깝다. 무엇보다 동네의 분위기가 유엔빌리지나 평창동의 일부와 닮아있다.
신동광단지는 함지박사거리에서 서래마을로 올라가는 길의 오른쪽이다. 그 곳은 50-70평 내외의 고급빌라들이 대부분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신동광단지도 대형 단독주택이 곳곳에 아직 자리하고 있다. 서리풀공원의 입구가 매우 가깝다. 숲세권이라 하기에는 뒷동산이지만 그 뒷동산에서 누에다리를 거쳐 몽마르뜨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어진 곳에 산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다. 상권과 내방역이 적당히 가까워 동광단지보다는 편의적으로 우수하다. 가만 보니 동광단지보다 단독주택 재개발이 몇 년 뒤에 일어난 듯 했다. 주로 02년, 04년, 07년 즈음에 지어졌고 동광단지보다 평형대가 조금 내려갔다. 동네의 고즈넉함은 신동광단지도 마찬가지이며 곳곳에 맛집이 즐비해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물론 초고급빌라의 위엄은 동광단지가 우세하다. 동관단지와 신동광단지 모두 학군도 좋고 서래마을 접근성도 뛰어나다.
서래마을은 흔히 알고 있는 서래마을카페골목에 위치한 빌라들이다.
프랑스학교가 있어 프랑스인들이 많이 산다. 길에도 1/3은 프랑스인들과 자녀들이다.
골목골목을 유영하기에 정말 좋다. 감각적이고 특이한 가게들도 많고, 프랑스어가 곳곳에서 들리기에 마치 외국에 와 있는 것만 같다. 특색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테라스카페에서 거리를 보는 재미도, 구석구석 아이의 학원을 보내기도 참 좋은 곳이다. 그야말로 서래마을 카페골목 그 중심가이다. 외부인들도 많지만 상점이용의 대부분이 동네 주민들이다. 이곳은 그 유명한 대단지 반포효성빌라가 있다. 서래마을 상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지형 고급빌라들이 포진해 있으며 예전에 지어진 중소형평수 빌라들도 함께 있다.
이렇게 오년 전 근 한두달간은 이래 저래 다니며 동네 분위기 파악을 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 한가지는 내가 워킹맘이라 평일에 이 좋은 내 동네를 더 많이 거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말에 반짝반짝한 컨디션으로 르뺑아쎄르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에는 평일에도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함지박사거리에서 올라가는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이 들어 있을 때면, 매일 아이를 등원시키고 여기를 활보하고 싶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워킹맘인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서래마을이라고 다들 고즈넉하고 예체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도 반포로 대치로 라이딩에 과외에 엄청난 학업을 해 내고 있는 존경스러운 가정이 많다.
원체 성격이 경쟁적이거나 조바심을 내는 편은 아니라 이곳에서 사교육도 예체능 위주로만 시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많이 듣는 질문은 '용감하시네요. 괜찮으세요?' 다. 그렇다. 괜찮다. 아니 사실 아주 좋다.
청담, 대치, 등 학군지에서 평범한 신분이라 자처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주시는 작가님들이 많다. 나는 이곳 서래마을에서 느끼는 감정과 살아가는 일상들을 기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나역시 연예인도, 사업가도, 생활비 턱턱 받는 전업맘도 아니다.
하루종일 아이가 보고 싶지만 회사에 가면 일에 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다. 그래도 전업맘처럼 아이에게 집중하고자 노력하는 엄마. 나중에 지금의 나를 보면 고군분투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만 같다. 그렇게 평범하기에,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서래마을 워킹맘으로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ps. 서래마을에 살아요. 첫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두번째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