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사랑을 밀쳐내다

자유를 향한 탈주

by 서린


문득 삶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일정해 보이지만 어딘가 낯설고, 아무리 노력해도 중심에 닿지 못하는 공허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씁니다.


그런 순간 찾아온 생에 대한 모험은 삶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동경하는 시선을 심어놓는 니나의 삶은 죽음의 끝에서 자신의 존재를 끝없이 실험하고자 한, 한 인간의 존재론적 투쟁기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니나 부슈만의 일대기는 그녀의 언니 마르크레트가 슈타인이라는 인물의 유서를 전달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니나는 젊은 시절 열병을 앓고 자신을 치료해 준 20세 연상의 의사 슈타인과 만난 뒤 오랜 세월 동안 그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합니다.


슈타인은 자신이 관찰한 그녀의 삶을 18년 동안의 긴 일기로 기록할 정도로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니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끊임없이 방황하고 사랑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결혼과 이혼, 임신과 낙태를 겪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신념에 의해 반나치 지하운동, 자살 시도 등 격정적인 삶을 살아냅니다.


이 모든 거친 삶의 과정은 니나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자신이 살아내고자 하는 생의 모습이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생의 한가운데로 걸어가게 만드는 필연적인 숙명이 되었습니다.


언니 마르그레트가 남편과 결혼하여 안정적인 삶을 살아온 것과 대조적으로 니나는 끊임없이 생의 경계 속에서 방황해 왔습니다. 열정과 사랑, 신념과 회의, 자유와 방종 사이를 오가며 삶의 정중앙에 닿으려 애씁니다.


수동적인 자세에서 사랑받는 존재로 고정되기를 거부한 니나의 모습은 불연속적인 생의 조각들처럼 깨지고 붙는 과정을 반복하며 언니와의 대화와 슈타인의 일기를 통해 재구성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삶 또한 그녀의 진짜 생의 모습은 아닙니다. 니나라는 인물의 생의 한가운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그녀 자신도 자신의 생을 아직 다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니나는 그녀 인생 전체의 과정을 통해 슈타인의 절절한 사랑을 받지만 그것을 자기 삶의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랑에서 끊임없이 탈주하려 하며 그 이후 만난 어떤 존재도, 심지어 그녀의 자식조차도 그녀의 삶을 온전히 붙들어놓지 못합니다.


어느 한 곳에서 안주하지 못하는 그녀의 인생은 불완전하고 충동적이며 때로는 비도덕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동시에 자유롭습니다.

니나의 자유는 늘 자신의 신념 – 누구의 소유물로도 머물지 않으려 하는 주체성- 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에 그녀의 자유는 방종과도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기대에도 저항하는 인물입니다. 어떤 시선으로 보면 그녀는 품위가 없고 정숙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비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서 벗어날수록 그녀는 부유하는 수초처럼 떠다닐 수밖에 없지만 가족의 기대조차 거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니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자유를 대리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타인이나 관습 속에서 삶을 조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니나는 생의 불안과 고통을 관통합니다. 그녀가 살아온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우리는 그녀 삶의 한가운데가 고독과 자유의 이면을 닮은 그 무언가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생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요. 우리가 니나처럼 극단적으로 생을 모험할 수는 없어도 과도한 프레임 속에 우리 자신을 가둘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니나는 제가 만난 인물 중 가장 불완전한 자아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상처 주고 실망하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얼마만큼 나 자신으로 살고 있나.’라는 질문뿐입니다.

니나의 질문은 우리가 가끔 생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 곁으로 처음 온 그 순간부터 함께 걸어가고 있는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멈추고, 깨지며 다시 시작하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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