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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수호자 연맹 (HADDU)

900초의 미학

by 왈풍류


핸드드립 수호자 연맹 (HADDU)

HADDU는 대한민국에 본부를 두고 핸드드립 커피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존재해온 비밀스러운 연맹입니다. 그 시작과 창설자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HADDU는 사라져가는 핸드드립 커피 레시피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소수의 회원들만의 공간에서 비밀스럽게 수집하고 보존해 왔습니다. 이들은 커피 한 잔이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담긴 예술임을 믿으며, 느리고 깊이 있는 핸드드립 커피의 가치를 지키는 데 힘써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계와 AI가 주도하는 빠르고 획일화된 커피 문화가 퍼지며, HADDU는 자신들의 존재를 더 이상 비밀로 남겨둘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핸드드립의 진정성과 정성을 세상에 알리고, 느림 속에 깃든 예술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HADDU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핸드드립 뉴우스 창간과 HADDU의 철학 전파


HADDU는 자신들의 철학과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이 신문 ‘핸드드립 뉴우스’를 창간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라는 아날로그 매체를 고수함으로써 핸드드립 커피의 진정성과 느림의 가치를 전파하려는 HADDU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HADDU의 소식을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커피 한 잔이 가진 예술성과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창간되었습니다.


첫 호에서는 HADDU가 걸어온 길과 핸드드립 커피가 지닌 미학을 소개하며, 사라져가는 레시피와 그에 얽힌 사연을 통해 커피 한 잔에 깃든 추억과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연례 비밀 모임: 사라진 카페의 재현과 레시피의 부활


HADDU는 종이 신문 창간에 이어, 매년 전 세계 핸드드립 애호가들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그중 10명을 선별하여 비밀스러운 모임을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은 HADDU 본관의 비밀 공간에서 열리며, 초대된 이들은 이곳에서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핸드드립 레시피의 커피를 다시 맛볼 수 있습니다.


올해의 모임에서 소개된 커피는 한때 대한민국의 어느 소도시 카페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특별한 레시피입니다. 단 한 번 제공될 이번 커피는, HADDU가 수년간 공들여 복원한 소중한 레시피 중 하나로, 음악과 향, 여백의 조화가 특징입니다. 참석자들은 고요한 여운 속에 퍼져나가는 커피의 향과 공간에 깃든 분위기를 통해, 마치 잊혀진 시간 속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HADDU는 커피가 존재했던 순간의 공간과 시간이 함께할 때 비로소 온전한 경험이 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매년 새롭게 선택된 레시피는 그 당시의 카페와 분위기까지도 세밀하게 재현되어, 벽지와 가구, 조명, 그리고 그 시절 흘렀던 음악까지 복원됩니다. 한 번 소개된 레시피는 언제 다시 선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모임에서 맛보는 커피는 오직 이 순간에만 허락된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레시피 기록실과 지하 보관실: 커피 레시피와 이야기를 담은 성지


HADDU의 레시피 기록실은 오랫동안 사라져가는 핸드드립 커피 레시피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보관하기 위해 존재해왔습니다. 특히 이 기록실은 HADDU 본관의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수천 개의 작은 금고가 은행의 개인 금고처럼 촘촘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각 금고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핸드드립 레시피가 잠들어 있으며, 모든 기록은 타자기로 적힌 종이 문서로만 보존됩니다. 디지털 기기의 반입은 철저히 금지되며, HADDU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지키려는 소수의 신뢰받는 회원들만이 이 보관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각 레시피 카드에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닌, 한 잔 커피에 소중한 추억과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HADDU는 이 소중한 커피 레시피들을 보존함으로써, 커피가 지닌 깊은 추억과 정서를 지키고자 합니다.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는 레시피 수집


HADDU는 과거의 레시피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활발하게 핸드드립 레시피와 그에 담긴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HADDU의 큐레이터들은 직접 전국의 핸드드립 카페를 방문해 주인이나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레시피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기록합니다. HADDU는 또한 자신들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을 통해 레시피를 추천받기도 하며, 이렇게 수집된 레시피와 사연들은 타자기로 다시 기록된 후, 지하 보관실로 옮겨집니다.



HADDU의 운영과 철저한 보안


HADDU의 운영은 소수의 신뢰받는 인물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최상위 의사 결정을 담당하며, 사라져가는 레시피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보관하는 큐레이터와 기록 관리자들, 홍보팀, 연례 행사팀이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모든 기록은 오직 종이 문서로만 보관되며, 디지털화되지 않은 타자기 문서로만 존재합니다. 또한, HADDU의 회원들은 익명성을 유지하며, 서로의 신원을 모두 알지 못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과 비밀을 지키고 있습니다.


운영비는 연례 행사 참가비와 후원자 프로그램, 핸드드립 뉴우스 구독료 등을 통해 마련됩니다. 특히 후원자 프로그램을 통해 HADDU의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는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기부와 후원을 받아, 상업적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핸드드립 커피의 전통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HADDU의 철학: 커피는 추억과 시간의 결합체


HADDU는 커피가 시간과 추억을 담아내는 특별한 예술임을 전하고자 합니다. HADDU가 지하 보관실에 보관한 각 레시피와 그에 얽힌 사연은 그 시대와 사람들의 감정이 녹아 있는 소중한 기록이며, 매년 선보이는 모임은 사라져가는 핸드드립 커피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합니다.


이처럼 HADDU는 기계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커피의 미학과 정서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커피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HADDU가 수집하고 보관하는 한 잔의 커피는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그 속에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HADDU는 이러한 커피의 깊은 의미를 전하고자 매년 모임을 열고, 잊혀가는 레시피를 재현하며 새로운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렇게 HADDU는 커피 한 잔을 통해 사람과 시간, 그리고 문화를 이어주며,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커피의 가치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성실히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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