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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의 커피

유유자적, So What

by 왈풍류

왈풍류의 ‘산책가의 커피’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유유자적 & So What?"


#​1 장자

2300년 전, 장자는 『소요유(逍遙遊)』를 이야기했다.

북쪽 바다에는 곤(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있다.

그 물고기는 변해서 붕(鵬)이라는 새가 된다.

붕은 9만 리 높이까지 날아올라 남쪽 바다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본 작은 매미와 참새가 비웃는다.

"우리야 몇 길만 날아가도 충분한데, 뭐 하러 그렇게 높이까지 올라가려 하지?"

붕은 대꾸하지 않는다.

그저 유유히, 바람을 타고 흐를 뿐이다.

세상의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날아간다.

​#2 그리고 재즈

-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 레코드 음악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

1959년, 마일스 데이비스는 『Kind of Blue』를 발표했다.

당시 재즈는 빠른 템포와 복잡한 화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의 틀을 깨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연주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So What".

이 곡은 단 두 개의 코드만으로 복잡한 화성 진행 없이, 연주자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멜로디를 자유롭게 변주한다.

베이시스트 폴 챔버스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베이스 라인을 반복한다.

그 위로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가 "쿵-짝" 하는 피아노 코드로 분위기를 깔아준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트럼펫),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 캐넌볼 애덜리(알토 색소폰)의 즉흥 연주가 이어진다.

"So What"의 의미는 단순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연주해. 복잡한 건 필요 없어."

마일스 데이비스 특유의 쿨한 태도가 담긴 제목.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흐름을 따라가라.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아도 된다.

빠를 필요도, 느릴 필요도 없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걸으면 그만이다.



손에 커피 한 잔.

한 모금 마시고, 한 걸음 내디딘다.

그러다 보면, 길이 열린다.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른다.

컵에 적힌 글귀를 본다.

"유유자적 & So What?"

이제, 커피를 들고 길을 나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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