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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Mar 23. 2018

남의 동네 미용실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단골집이 있다.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거의 2~3년에 한 번 정도 미용실을 방문하는 정도이다. 연 행사처럼 다니지만 나에게도 단골 미용실이 있다.

자주가지 않더라도 한 곳만 가는 것이니 내 입장에서 단골은 단골인 셈이다.

크지 않은 규모에 미용사 1분, 보조 미용사 1분.

이렇게 조촐하게 운영하는 그야말로 동네 작은 미용실이다. 

특별히 머리를 마음에 쏙 들게 잘 한다거나, 미용실이 크고 쾌적해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거나 해서 가는 것은 아니다. 원래 물건도 한 번 쓰면 쉽사리 바꾸지 않는 나이기에 미용실도 아무 생각 없이 몇 년째 이곳만 들르고 있다.


다른 미용실을 아예 가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집을 이사하여 거리가 멀어졌기도 했고, 새로운 스타일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집 근처 다른 미용실을 방문 한 적이 있다.

규모가 큰 이름 있는 미용실이었고, 한 번 찾은 고객은 전담 미용사를 지정하여 관리하는 꽤 체계적인 샵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상담받기 전부터 그리고 관리를 받는 내내 나는 불편했다.

나이가 몇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전담 미용사는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나름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질문이었겠지만, 조용히 관리만 받는 걸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런 배려가 불편했고 다음은 무슨 질문을 할지 초조하기까지 했다.

그날 이후 다른 미용실은 더 가지 않게 되었다.



미용실 방문이 오늘은 근 3년 만인 것 같다.

많이 자란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미용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시네요."

여전한 옷차림의 미용사분은 짧은 인사와 미소를 지어 보이시고는, 곧장 미용 중이던 다른 손님에 집중하신다. 곧이어 보조 미용사분은 따뜻한 차와 잡지를 내게 내민다.



내가 이 미용실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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