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리 Apr 13. 2018

왠지 어색한 큰언니

안동에서 온 택배


택배가 도착했다

아이스박스에 담겨있는 걸 보니 큰언니가 보내준 택배인가 보다. 얼마 전 뭐 보내줄까라는 말에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우리가 밥을 해 먹는 것도 아니고.

뭐 김치나 있으면 좀 보내주던지."

라고 나는 말했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나의 말에 언니는 신경이 쓰였는지 택배까지 보낸 모양이다.


꽁꽁 둘러싼 테이프를 가위로 절개하며 아이스박스를 개봉했다.

그런데, 학가산 김? 학가산 김치는 안동에서 유명한 김치 판매 브랜드이다. 집에 김치 있으면 조금만 보내달랬더니 구입해서 보내준 것이다. 없으면 그냥 사 먹으라고 하면 될 것을. 사서 먹으라는 말을 하기 싫었던가.

큰언니는 엄마가 떠나시고 본인이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가끔 저렇게 뜬금없는 행동을 한다.

우리가 뭐 어린앤가.



어색하고 미안한 언니

우리 형제는 1남 4녀로 다른 가정에 비해 많은 편이다. 형제 간 서로 우애 있는 편이지만, 그 중 가장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을 고르라면 큰언니이다. 어쩌다 큰언니와 둘만 남게 되는 상황이 오면 웬일인지 어색하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다른 형제에 비해 함께 한 시간이 적어서 인 것 같다.


언니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나는 그런 언니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어릴 적 내 기억 서울은 맛있는 것이며, 신나는 놀이며 온통 멋진 것만 가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니는 가끔 집에 내려왔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면 너희들은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며 눈물을 흘리며 말해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 언니를 서울로 유학 보냈었다 한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홀로 외롭게 지냈을 언니 생각을 하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 이후에는 언니가 일찍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면서 우리는 함께 시간이 더 없어졌다.


택배로 받은 김치를 냉장고에 넣으면서,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한 언니가 엄마 역할까지 떠맡게 된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곱슬머리 아주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