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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Aug 10. 2022

해군 통역장교 수기 - 01. 입대

벚꽃이 휘날리는 봄날의 진해(가 아니)였다


1. 진해로 가다

벚꽃이 휘날리는 봄날은 아니었다. 3월 중순이라 해도 아직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입소 시간은 오후였다. 진해에 도착하니 조금 시간 여유가 있었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부모님의 배웅을 받는 것이 어색하였으나 어머니 아버지는 감사하게도 굳이 진해로 같이 내려와주셨다. 오후 입소까지 다소 시간이 남아 우리는 점심을 먹었는데, 진해 탑산(공식적인 이름은 제황산 공원이라고 한다.) 아래 꽤 알려진 식당인 탑산복집에서 복국을 먹었다. 그 날 복국의 맛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곧 입대라는 생각에 가벼운 긴장감이 들었고 음식의 맛을 느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았던 탓이었다. 다들 겪는 군대 훈련소 그게 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 그렇게 별일아닌 것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실 입대는 설레였다. 


그 전 해 나는 결국 합격하지 못한(아니, 한번도 열심히 준비해본적 없는) 사법시험을 그만두고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였었고, 다행히도 그 때 나는 혜화에 있는 모 로스쿨에 입학한 상태였다. 입학과 동시에 군 휴학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았던 당시 혜화 로스쿨 원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입학하자 마자 군휴학하여 그것도 장교로 다녀와서 학교 인원 T.O.를 길게 비워두면 얼마나 학교에 손실인지 아느냐고 묻고, 군대를 길게 다녀오면 나이도 나이고 여러모로 다녀와서 힘들지 않겠냐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일을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수년을 보내며 덧없이, 성과없이 마무리한 수험생활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기대되어 두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해군 장교가 되고 싶었다.


바다와 모험과 낭만이 있는 그 곳에서라면 나는 한층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사회에서와 같이 이해득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명예로 움직이는 곳에서라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군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니 이는 정확한 말은 아니다. 군대는 내가 상상했던 그런 곳이기도 하였고 또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였다. 그 안에서 나는 갈등도 방황도 하였지만 또 그 때를 생각하며 씩 미소 지을 수 있을 만큼 즐거웠던 기억들도 있다.    



2. 이젠, 입소 

아무튼 그렇게 나는 복국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마무리하고 이제 진짜로 입소를 위해 이동하였다. 해군 OCS 교육은 사관학교 예하의 장교교육대대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해군 진해기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사관학교 안에서도 더 깊숙히 위치한 장교교육대대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는 머리를 자르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짧지는 않은 누가 보아도 입대 예정인 사람들과 배웅 나온 가족들이 바글바글하고 있었다. 


장교교육대대 앞 대강당으로 안내를 받은 후 가입교식 진행을 위해서 가족들은 뒤로 입대예정자들은 앞쪽으로 나누어 앉았다. 해군과 해병대 OCS는 실제 교육은 따로 진행하지만 가입소와 임관식 때 1주일 씩은 같이 지내게 되는데, 그 때 내 옆자리에 앉아 말을 튼 친구는 해병대 입대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이름이 신라시대 유명한 수군 장수와 이름이 같아서 해군이 아니라 해병대인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였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나 보니 곧 가입교식이 거행되었다. 아직은 군인 티가 날래야 날 수 없는 우리들은 행사 진행과 함께 차례로 단상으로 올라 가족들께 인사를 드린 뒤 대강당 뒤편으로 빠져나갔다. 이제는 진짜 입소다.    



번외. 해군 OCS


장교의 임관 루트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사관학교ROTC, 그리고 OCS(사관후보생)

사관학교야 익히 아실 것이고, ROTC는 학교별로 선발하여 재학중 소정의 군사훈련 등을 이수하는 대신 다소 단축된 단기장교 생활을 하게 되고, OCS는 대학 졸업 후 각 군별로 직접 모집 및 선발 절차를 거쳐서 임관시킨다는 점에서 각각 차이가 있다. (학사학위가 있거나 취득예정자여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사장교'라고도 한다. 해군에서는 잘 쓰는 용어는 아니고 주로 육군에서 많이 쓰는 듯 하다.) 


해군 통역장교도 여느 학사학위 취득자와 마찬가지로 대학졸업 후 또는 졸업예정자로서 OCS에 지원하게 되며, 사관후로서 임관하게 된다. 따라서 해군 통역장교로 임관하기 위해서는 매년 2회 있는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 시 병과를 함정(통역) 병과를 선택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이 때 OCS 동기들과 선발과정에서 다른 점은 통번역 실기 평가를 본다는 점인데, 임관과 동시에 최소한의 교육훈련 만을 거쳐서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자원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선발된 자원들은 해군 사관후보생 과정에 입과하여 타 병과 동기들과 동일하게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임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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