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의 대화

4화

by 찔레꽃

■ 찔: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 양혜왕과의 만남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양나라는 본래 진(晉) 나라의 세 대부였던 위사(魏斯), 조적(趙籍), 한건(韓虔)이 제각기 독립하여 세운 나라 중의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이중 위사가 세웠던 나라가 바로 위나라로 수도를 대량(大梁)에 옮긴 뒤부터 양나라로 불렸지요. 양나라를 비롯하여 조나라나 한나라는 중원 지대에 위치하여 국방 경비에 불리한 점이 많아 사방의 제, 진(秦), 초, 연나라로 부터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 맹: 그렇죠. 한 번은 양혜왕이 이런 고민을 토로하더군요.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진(晉, 여기서는 양나라의 의미)은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저에 이르러 동쪽으로는 제나라에 패하면서 태자까지 잃었고, 서쪽으로는 진(秦)에 패하여 700 여 리를 빼앗겼으며, 남쪽으로는 초나라에게 모욕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수치를 만회할 수 있을는지요?" 화려했던 문후(文候) 시절을 회고하며 쇠잔해진 국세를 안타까워하는 토로였지요.


■ 찔: 선생님께서는 어떤 답변을 해주셨는지요?


■ 맹: 나는 이렇게 말해 줬지요. "사방 100리가 되는 땅만 있어도 왕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양의 땅은 얼마나 거대합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왕께서는 빼앗긴 영토의 회복이나 확장을 걱정하지 마시고 정치의 본질을 걱정하십시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왕께서 바라시는 바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형벌을 가볍게 하시고 세금을 가볍게 매기시며 농사에 힘쓰도록 격려하십시오. 그리고 여가에는 효제충신(효도와 공경 충성과 신의)의 도를 가르쳐 집에서는 부형(부모와 형)을 잘 섬기고 밖에서는 장상(웃어른)을 잘 섬기게 하십시오. 그러면 이들에게 막대기를 쥐어주고 진· 초의 강병과 싸우게 해도 기꺼이 상대할 것입니다. 어질고 의로우면서 제 부모와 군주를 저버리는 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 나라들이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형제와 처자를 건사하지 못하여 이산가족이 되거나 몰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나라들을 왕께서 효제충신의 어진 백성을 몰아 정벌한다면 그 나라가 어찌 왕의 군대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나라의 군사들은 왕의 군대를 물에 빠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간 사람을 구해주는 자로 여겨 두 손을 들고 환영할 것입니다. 옛 말에 '어진 자에겐 대적할 자가 없다' 했습니다. 이는 틀림없는 말입니다."


■ 찔: 양혜왕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요?


■ 맹: 별다른 말이 없더군요.


■ 찔: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혹 선생님의 생각이 너무 나이브하다는 생각은 해보시지 않으셨는지요? 선생님께서 제시하시는 방책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힘든 것일뿐더러 무엇보다 객관적 변화 양상을 도외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각국은 먹느냐 먹히느냐의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과연 인의의 도로 적국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인의로 무장한 선량한 백성을 중무기로 무장한 적국과 싸우게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거니와, 상대국의 병사가 제 아무리 자국 군주의 핍박을 받는 상태에서 전쟁터로 나왔다고 왕의 군대를 구세주나 가뭄의 단비처럼 여겨 환영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발상 아닌지요?


■ 맹: 음~ (고민하는 표정) 인터뷰하시는 분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양혜왕도 그렇게 생각했겠군요. 그래서 양혜왕이 별다른 말이 없었던 거군요. 물론 인터뷰하시는 분의 생각이, 양혜왕도 똑같이 생각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닙니다. 미리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고 해보지도 않은 채 왜 불가능하다고 하는지요? 나의 주장은 공허한 주장이 아닙니다. 과거 상나라 시절 주임금의 통치하에서 주의 문왕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은 극히 미미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의의 정치로 끝내는, 물론 실질적인 업적은 그의 아들인 무왕이 이룩했습니다만, 상을 무너뜨리고 중국 천하를 얻었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주장하는 것입니다.


■ 찔: 그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왕의 시절과 지금이 같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 맹: 물론 세부 사항이야 다르겠죠. 그러나 사람의 본성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고 문왕이 이룩했던 업적이 왜 불가능하겠습니까? 미리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고 해보지도 않은 채 왜 불가능하다고 하는지요?


■ 찔: 선생님, 이렇게 이야기하다가는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생각을 비판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선생님의 논리가 너무 단선 논리라 복합적인 상황을 도외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제 의견을 내놓았던 것뿐입니다. 혹 언짢으셨다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맹: 단선 논리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끄덕) 아, 내가 인터뷰하는 분의 의견에 언짢은 건 없습니다. 혹 내가 인터뷰하는 분 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지나친 생각입니다. 나, 그렇게 옹졸한 사람 아닙니다. (웃음) 내가 어려워서 그런지 제자들도 반박을 잘 안 하는데 뜻밖에 인터뷰하는 분의 비판을 듣고 보니 외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찔: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양혜왕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데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에 들었으면 합니다. 제가 긴히 갈 곳이 좀 있어서요.


■ 맹: 아, 그러세요. 잘 다녀오시고 내일 보도록 하십시다.


■ 찔: 네, 선생님.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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