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안의「청산백운도를그려주고(蔡子休求畫作靑山白雲圖一幅 因題其上)」
저 멀리 산봉우리 늘어서 있고 江上峰巒合
강변엔 싱그런 수목들 江邊木樹平
하늘엔 흰구름 무심히 오가나니 白雲迷遠近
예가 바로 봉영(신선이 사는 곳) 아니겠소 何處是蓬瀛
그림에 붙인 시이다. 지인의 요청을 받고「청산백운도(靑山白雲圖)」를 그린 후 그 그림에 다시 한번 시로, 손에 잡힐 듯이,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의문의 꼬리표를 달았다. 하처시봉영(何處是蓬瀛), 어디가 봉영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청산백운이 있는 곳, 예가 바로 봉영이다! (이에 맞춰 번역도 반어형으로 했다.)
「청산백운도」는 현실의 답답함을 잊기 위해 구하는 그림이다. 신선들이 살 것 같은 장소를 감상하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청산과 백운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 비록 그림 속의 청산백운처럼 멋지지는 않지만 발길 한 번 눈길 한 번 돌리면 도처에 산재한 것이 청산과 백운 아닌가.
어쩌면 강희안은 마지막 구절을 통해 그림의 낙원을 동경하지 말고 현실의 낙원을 직시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답답한 현실이 곧 낙원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