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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찔레꽃 May 30. 2023

개망초 단상


이름도 고약한 '개망초'. 그런데 가까이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어쩌다 이리 사랑스러운 꽃이 저리 험한 이름을 얻게 되었누. 사연은 대충 들어 아는데, 듣는 '개망초' 입장에선 너무 서운할 것 같다. '북녘'에서는 '돌잔꽃'이라고 부른다는데,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이름으로 불리면 어떨까 싶기도. 안도현 시인은 '개망초꽃'을 통해 관심과 존재의 의미를 노래하는데, 가만히 그 시를 읽어보면 시인도 '개망초꽃'을 세심하게 살펴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세심히 '개망초꽃'을 살펴봤다면, 다른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자네가 한 번? 하하, 아직은...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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