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점심상에 놓여 있던 고기가 무슨 고기이기에 그토록 맛이 좋으냐?"
그러자 역아가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그것이 바로 사람고기 옵니다."
"뭐라구? 사람고기라구? 그게 어디로부터 어떻게 들어온 거냐?"
"세 살 먹은 신의 맞자식이옵니다. 임금께서 사람고기를 맛보시고자 하시기에..."
"... 물러가 있거라!"
환공은 너무도 놀랍고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으로 차마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제 자식마저 죽였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 대한 역아의 충성이 참되게만 느껴진 것이다.
알만한 이는 아는 제환공과 그의 요리사 역아 이야기. 아침에 이 대목을 읽는데 탄핵 정국을 둘러싼 민심이 오버랩됐다. 제환공은 역아의 소행에 대해 처음엔 놀라고 어이없어했지만(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외려 그를 신임하게 된다. 탄핵 정국을 둘러싼 민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행위에 처음엔 놀라고 어이없어했지만(대통령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외려 그를 두둔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뭔가? 이 이해하기 힘든 시추에이션은?
진즉에 버렸어야 할 역아를 신임하게 된 제환공. 후일 그는 이에 대한 처참한 대가를 치른다.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은 물론, 강대한 제나라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전적으로 역아 탓 만은 아니지만, 그의 소행이 크게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그를 다시 복귀시키면, 그 결과는 제환공의 후일(後日)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가하게 읽던 옛이야기가 갑자기 섬뜩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