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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옛이야기

by 찔레꽃
1743462771412.jpg 아내와 함께 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피켓팅.


"아까 점심상에 놓여 있던 고기가 무슨 고기이기에 그토록 맛이 좋으냐?"

그러자 역아가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그것이 바로 사람고기 옵니다."

"뭐라구? 사람고기라구? 그게 어디로부터 어떻게 들어온 거냐?"

"세 살 먹은 신의 맞자식이옵니다. 임금께서 사람고기를 맛보시고자 하시기에..."

"... 물러가 있거라!"

환공은 너무도 놀랍고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으로 차마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제 자식마저 죽였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 대한 역아의 충성이 참되게만 느껴진 것이다.


알만한 이는 아는 제환공과 그의 요리사 역아 이야기. 아침에 이 대목을 읽는데 탄핵 정국을 둘러싼 민심이 오버랩됐다. 제환공은 역아의 소행에 대해 처음엔 놀라고 어이없어했지만(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외려 그를 신임하게 된다. 탄핵 정국을 둘러싼 민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행위에 처음엔 놀라고 어이없어했지만(대통령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외려 그를 두둔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뭔가? 이 이해하기 힘든 시추에이션은?


진즉에 버렸어야 할 역아를 신임하게 된 제환공. 후일 그는 이에 대한 처참한 대가를 치른다.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은 물론, 강대한 제나라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전적으로 역아 탓 만은 아니지만, 그의 소행이 크게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그를 다시 복귀시키면, 그 결과는 제환공의 후일(後日)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가하게 읽던 옛이야기가 갑자기 섬뜩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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