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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

자작시 한 수

by 찔레꽃
20250420_064117.jpg 아침 식사



食時 식시 식사 시간


天工人巧育成珍 천공인교육성진 하늘의 솜씨와 사람의 노력이 합쳐진 귀한 먹을거리

輾轉多方至我身 전전다방지아신 여러 곳 다양한 손 거쳐 내 앞에 이르렀네

入口方知非輕物 입구방지비경물 입에 들어갈 이 음식 결코 가벼운 물건 아니네

兩儀交融在斯辰 양의교융재사신 두 우주가 서로 섞여 하나 되는 장엄한 순간이여



*젊은 날엔 식사 시간을 '순대 채우는 시간'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식사 시간은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성스러운 시간'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뭐,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진실에서 그리 먼 말도 아니다. 생각해 보라. 내 앞에 놓이는 음식물의 탄생 과정과 도착 과정 그리고 마지막 내 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를.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들어갔겠는가. 내 앞에 놓인 음식물을 성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먹는 것은 또 어떤가? 인간이라는 한 우주가 수많은 공력으로 만들어져 다다른 또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시간 아니겠는가. 이 역시 성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앞의 음식물을 성스럽게 생각하고 먹는 시간을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장엄한 순간으로 여긴다면 어떤 음식물이든 귀하게 여길 것 같고 혼자 먹어도 결코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 4구의 양의(兩儀)는 직접적으로는 음과 양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폭넓게 우주란 의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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