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의 이면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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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줄기 심는 도구(좌)와 그것을 사용해 고구마 줄기를 심은 텃밭(우)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코끼리? 사자? 킹콩? 오우, 노우. 그건, 바로 ‘좋아함.’ 좋아하면 그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다. 그러니 ‘좋아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이다. 사랑이 한 예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유혹은 무엇일까? 미녀(남)? 마약? 술? 오우, 노우. 그건, 바로 ‘편리함.’ 편리함에 한 번 길들여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러니 ‘편리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유혹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철학자 행세를 해봤다. 그러나 일리 있는 말 아닌가? 특히 ‘편리함’에 대한 언급이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지? 어제 고구마 줄기를 사러 갔는데 판매하는 분이 고구마 심는 도구(사진)를 서비스로 줬다. 고구마 줄기 두 마디쯤에다 끼우고 땅속에 꼬옥 찌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호미로 파서 심는 것 밖에 몰랐는데 신문물을 접하게 됐다. 집에 와서 알려준 대로 했는데, 미칠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고구마 줄기를 심었다. 이제 다시는 호미로 고구마 줄기 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편리함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유혹이란 지론을 새삼 확인했다.


그런데 유혹에는 으레 부정적 대가가 따른다. 편리함에 따르는 대가는 뭘까? 먼 옛날 이에 대해 통찰한 이가 있었다. 장자. 이 이는 재미진 이야기로 자신의 통찰을 풀어냈다. 한 노인이 있었다. 밭에다 물을 주는데 물 퍼 오는 것을 매우 원시적으로 했다(‘장자’에 그 푸는 과정이 나오는데 내가 이해가 안 가 생략한다. 하여간 어렵게 펐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걸 지켜본 자공(공자의 제자. 여기서는 가상으로 등장시킨 것이다)이 안쓰러워 “노인장, 두레박을 사용하면 물을 쉽게 푸는데 왜 그리 힘들게….”라고 했다. 노인이 말했다. “나도 알지. 그러나 그 물건을 사용하면 기심(機心, 편리한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사특한 마음)이 생겨. 그러면 본래의 순수한 마음을 잃게 돼. 나는 순수한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 그걸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네.” 도(道)를 추구한 장자이다 보니 편리함이 주는 부정적 대가를 순수심의 상실로 보았다. 순수심의 상실은 도에서 멀어진 마음이니 그에게 편리함은 악덕 중의 악덕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편리함에는 단지 삿된 마음만 생기는 것일까? 대상에 대한 막심한 피해 또한 발생시킨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가 대표적 실례. 이즈음 미국의 대이란 핵처리시설 폭격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제3차 세계대전까지 언급되는 판이다. 이 사안에 시비를 논할 건 아니고, 이 폭격에 사용된 ‘벙커 버스터’라는 폭탄이 관심 대상이다. 벙커 버스터는 가장 안전한 지하 벙커를 아작 내는 특화된 폭탄이라고 한다. 어떻게 저런 폭탄이 만들어진 걸까? 단순하다. 사람이 잠입해 폭파시켜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즉 편리하게 폭파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 편리함으로 하여 공격을 받은 이란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란은 피해만 보고 그냥 주저앉고 말 것인가? 제3차 세계대전까지 언급되는 판이니, 유야무야 넘어갈리는 만무하다. 만약 지하벙커를 편리하게 폭파하기 위한 저 벙커버스터란 폭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작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편리함이란 강렬한 유혹뒤에는 그에 따른 부정적 대가가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편리함을 버려야 하는 거냐?, 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물음을 던질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왜? 편리함을 버리고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시인으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게 지금 세상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각심은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편리함을 과도하게 추구하지 않고 그만큼 부정적 대가도 덜 치르게 될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대국적인 면이야 우리 힘이 닿지 않는다 해도, 소국적인 면 즉 우리 힘이 미치는 곳에서만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어떤가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몇 번 다녀온 적이 있긴 하다). 건강이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여행을 위한 편리함이 주는 값비싼 대가― 환경오염 ―를 염려한 탓도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여행이 일시 셧다운되다시피 했을 때 대기 질이 좋아지고 떠났던 새들이 돌아왔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이후 해외여행을 더욱 경원시하게 됐다.


고구마 줄기 심는 도구 하나를 얻는 바람에 이를 가지고 침소봉대해 같잖은 개똥철학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래, 그래서 그 편리한 도구를 얻는 바람에 맞게 된 부정적 대가는 대체 무엇이오? 글쎄, 그게 영…. 하늘의 별은 얘기하면서도 정작 땅 밑의 함정은 못 살펴서…. 아직은 쉽고 재밌는 즐거움만 생각나지 그 외 다른 것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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