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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의미

by 찔레꽃



"겨울이면 검정 옷에는 염소 갖옷을 입었고, 흰 옷에는 어린 사슴 갖옷을 입었으며, 노란 옷에는 여우 갖옷을 입었다."


동일 색상으로 내외의 옷을 갖춰 입으면 단정해 보인다. 인용문의 주인공도 그걸 알았던 것 같다. 안에 입는 옷과 밖에 입는 옷의 색깔을 유사하게 맞추고 있기 때문. 이렇게 신경 써서 옷을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공자이다!


인용한 내용은 <논어> '향당'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향당'편에는 공자의 일상 모습이 나오는데, 좋게 얘기하면 섬세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까탈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시장에서 사 온 음식은 입에 안 대고, 고기도 바르게 썬 것이라야 먹고, 옷은 꼭 정색(正色)을 고집하고…. 4대 성인(聖人) 중에 가장 별스런 분인 것 같다. 소크라테스나 석가 · 예수가 음식을 타박하거나 옷차림에 신경 썼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공자는 왜 옷을 입는데 까탈을 부린 걸까? 다음 인용문이 한 힌트가 될 것 같다.


"옷은 사회적인 인간관계에서 무언의 언어로 작용하며 상징적인 표현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그 개인의 성격, 태도, 분위기 등이 나타나는 자아로 확대되기도 한다. (인용 출처:http://blog.daum.net/youngmoodw/12848695)"


공자는 옷이 갖는 이런 메시지 기능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아닐까? 그럼 그가 까탈스러운 복장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일관성(一貫性), 정도(正道)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자는 제자인 증삼에게 선문답처럼 전후 맥락없이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관통하고 있다"란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의 복장은 이 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고 보인다.


사진의 한자는 '귀공자(貴公子)'라고 읽는다(강경 처가에 들렀다가 찍었다). 친절하게 한자 옆에 한글 음을 달아 놓았다. 이 집 양복을 입으면 귀공자로 변신하나 보다. 요즘 시류에 맞지 않는 다소 촌스런 이름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분명히 드러낸 상호라서 그런지 진실한 느낌이 든다. 느낌은 신선하지만 의미가 불분명한 외래어 상호보다 나은 것 같다.


한자를 살펴보자.


貴는 貝(조개 패, 재물 혹은 돈의 의미로 쓰임)와 臾(簣의 초기 형태, 삼태기 궤)의 합자이다. 삼태기에 재물(돈)을 담아 지불해야 할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란 의미이다. 귀할 귀. 貴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貴金屬(귀금속), 貴賓(귀빈) 등을 들 수 있겠다.


公은 八(背의 초기 형태, 등 배)와 厶(사사 사)의 합자이다. 사적인 것과 등을 돌린 것, 즉 공적인 것이란 의미이다. 공 공. 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公私(공사), 公益(공익)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적어도 옷이 갖는 메시지 기능만 놓고 본다면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보인다. 자신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교육 훈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 칼라의 의견을 지향하는 시대에 무채색의 의견을 강요하는 교복은 무언의 폭력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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