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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May 29. 2023

서서히 그림일기 7

모험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서서히 그림일기 7, <모험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우리는 이따금씩 내 안에 있던 낯선 나를 만나게 되는 사건을 만난다. 사건은 잔잔한 강물에 돌이 던져지며 파동이 생기는 것처럼, 일상을 생동하게 해 준다.


나에게 찾아온 어떠한 일에 한동안 매료되어 마음이 가득 차있던 적이 있었다. 이후에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본 친구가 서운함을 표현하는 일이 있었다. 함께 배움을 하며 삶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건 속에 왜 ‘네가’ 서운한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친구는 “이것은 너만의 사건이 아닌, 너와 나의 사건”이라고 해주었고, 그때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친구의 애정 어린 권면은 나 홀로 무심코 뚜벅뚜벅 걸어왔던 길을 다시 천천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겪는 일들을 ‘나만의 사건’으로 고정해 바라봤고, 좁은 시야 속에서 가까이에 있는 관계를 소외시켰다. 스스로 ‘깊은 관계’로 살고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몸은 개체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삶의 지향과 실제 몸의 괴리를 발견하는 것은 기쁨과 고통이 공존한다. 이전의 걸음을 거스르는 새로운 배움을 들이고 살아내는 것은 참 어렵다. 내 안에서 본래적 나와 새롭게 소망하는 내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이러한 충돌을 회의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심지어 주체적으로 선택해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결국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추동시키는 생명력, 사랑인 것 같다.


우리 안에 차오르는 생명력 마주하며, 몸이 확장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청년의 때에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더 깊은 관계 속으로, 더 많은 사건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이다. 그냥 사는 삶에서 잘 사는 삶으로, 잘 사는 삶에서 더 잘 사는 삶으로! 20대에 직업과 스펙보다 나를 생명답게 꽃 피워줄 깊은 사랑을 매개로 한 관계성을 선택했다. 이 안에서 시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기계적 삶을 넘어 창조적 삶 지어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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