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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May 30. 2023

서서히 그림일기 8

단순한 사람

서서히 그림일기 8, <단순한 사람>


그는 어떤 부분이 자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화가 나는 지점은 공감이 되지 않았고, 그에 비해 폭발 강도는 커서 함께 사는 이들을 괴롭게 했다. 그는 분명 자기만의 어떠한 연약함을 가지고 있다. 그 연약함은 둘레 생명들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저는 스스로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내 삶을 재해석해가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빠라는 생명 또한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몇몇 일이 있었다. 나에게 그는 무서운 존재였다가, 슬픔을 가진 존재였다. 어느 날 나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누군가는 “아버지가 참 단순하시다.”라고 해줬는데, 단순하다는 말에 많은 것이 연결되며 이해되었다. 그렇다, 그는 단순했다!


어느 날 중국집에서 그에게 말했다. “아빠에 대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어.” 그는 조금은 흥미로운 듯 물었다. “뭔데?” “아빠는 단순한 사람이라는 거야.” 그는 먹던 음식을 내려놓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가 나에 대해 중요한 걸 알았네.” 처음 본 그의 환한 웃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그의 연약함이 큰 상처로 다가올 때도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는 아마도 나에게 아무런 값없이 사랑 받을 한 명인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그에게 그럴 것이다. 그 무수한 사랑 고백 중 어쩌면 그날이 우리가 존재적으로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날인 것 같다.


그는 분명 나라는 연약한 생명을 단순하게 키웠다. 네 살 난 나를 두고 “나는 키울 수 없다”며 그가 믿고 있는 신에게 내려놓았고, 종종 아이는 그냥 두어도 자란다 했다. 퇴근길 아주 가끔 그의 손엔 초콜릿이 들려있었고, 서로의 하루 시작 전에 매일 그는 내 옆으로 와 팔베개 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나는 패기롭게 무릎 꿇고 내 꿈을 이야기했다. 간헐적으로 일하던 그는 그 날로부터 3년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렇게 무심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용하게 마음을 나누었나 보다. 나는 하루 세끼 투박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먹으며 자라났다. 나는 그런 그의 단순함과 내가 받았던 사랑에 만족한다.


나에게도 분명 그를 닮은 단순함이 있다. 그가 화를 낼 때에 나는 언제나 가만히 있었으며, 그가 미안하다고 할 땐 받아들였다. 참기 어려울 땐 그곳을 나왔다. 지금은 그의 연약함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이후로도 그 단순함이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어디서 왔는지를 조금 알고 나니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다. 이 단순함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더 알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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