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귀여워서 끄적여본 시

by 새벽빛

<첫눈이 귀여워>


우리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

그러니 얼마나 귀여워


추우면 털옷을 돌돌 말아 입어야 하고

더우면 훌러덩 벗어 맨살을 보여야 하지

그러니 얼마나 귀여워


잔뜩 먹으면 배가 동그랗게 불러오고

쫄쫄 배가 고프면 쏙 들어가지

그러니 얼마나 귀여워


한밤새 잔뜩 내린 눈송이가

저 산 위에도, 나무 위에도,

네 머리 위에도 잔뜩 앉았네

오늘은 우리 모두 같은 모자를 썼네


네 두 뺨 가득 발그레 붉어진 귀여움이

두 눈 가득 반짝이는 귀여움이

내 마음 위에도 소복소복 쌓이네




첫눈이 오니 괜히 들떴다. 산 위에, 나무 위에 동그랗고 소복하게 쌓인 눈이 귀여웠다. 추운 날씨에 옷을 두툼하게 둘러 입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덩달아 귀여웠다. 쌓인 눈 사이로 어찌 걸어가야 하나 하는 탄식 소리도, 집 앞에 쌓인 눈을 정갈하게 밀어 정리하는 손길도 정겹다.


여름에는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과 겨울에는 하얗게 날리는 눈송이가 새삼 신비롭다. 눈이 쌓이고, 녹고, 묻는 이 물질세계의 투명하고 정직한 모습이 귀엽다고 느껴진다. 마음이 울적해도 눈 위엔 어김없이 발자국이 찍히고, 불편한 사이에도 여전히 흰 눈송이는 떨어진다.


귀여움과 관련된 한 가지 재밌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수업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었고, 잘 듣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을 귀엽게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하나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업이 재밌어지는 건 성공적이었다. 물론 수업 내용 자체가 재밌진 않았지만!


지금은 귀엽게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따금씩 나를 둘러싼 모든 게 귀엽게 느껴지곤 한다. 우리의 마음은 이리저리 떠돌며 요동치기도 하고, 서로 누가 높네 낮네 따지기도 하고, 수많은 관념들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한 땅을 딛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계절의 흐름을 보내고 있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 그 거대한 흐름 안에서 진동하듯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웃기기도, 유치하기도,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다.


오늘은 손님처럼 찾아온 눈이라는 친구와 노니며 재미지게 보내야겠다. 이 친구의 속도는 어떤지, 모양은 어떤지, 온도는 어떤지. 이 세상은 이 친구를 어떻게 맞이하는지, 어떤 울림을 주는지. 꼼꼼히 살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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