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 그림일기 15

굴곡진 참새

by 새벽빛
<굴곡진 참새>

노란 햇살이 정겹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어디론가 향하던 분주한 발걸음이 너희들을 만나고 잠시 멈춰 세워졌다. 그제야 우리를 둘러싼 노랗게 물든 516번지가 보였다. 우리는 동그란 머리를 일렬로 맞대고, 갈색벽돌집에 일렁이는 나뭇잎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그 밑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참새 한 마리.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자그마했다. 짧고 가느다란 두 다리로 어찌나 이리저리 통통 튀던지. 우린 연신 감탄을 했다.


“선생님, 인사하세요. 선생님 친구잖아요.”


마을에서 함께 지내는 벗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다. 굴곡진 참새! 인디언식으로 이름 짓기를 한 터라 연결새가 이상하지만, 곱씹어볼수록 나에게 찰떡이라 지금도 종종 떠올리곤 하는 별명이다.


굽이 굽이 굴곡진 언덕배기를 통통 튀어 오르는 참새를 생각해 봤다. 가볍게 걷다 날다, 때론 명랑하게 짹짹거렸을 모양새가 그저 귀엽기도 하면서 - 알 수 없는 여러 마음이 뒤엉켜 묵직했다.


우리는 때때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준다. 거기엔 걸어온 걸음이, 이끌었던 빛과 손길이, 나아갈 길이 담긴다. 나 스스로는 알 수도, 줄 수도 없는 놀라운 통찰로 말이다. 문득, 누군가로 인해 새로운 존재로 호명되어 사는 삶이 놀라웠다. 나는 내게 이름 지어준 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날을 살아갈 것이다.


반짝이는 노란 햇빛은 마치 우리가 나란히 걸어갈 풍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는 때때로 아주 밝게 웃고, 잠시 느리게 주변을 거닐다가 다정하게 인사 나누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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