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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han Seo Feb 16. 2020

스타트업 다시 보기

유토피아처럼 그려지는 스타트업 라이프, 제대로 알아보자

스타트업(Start up)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혹 당신이 일반적인 (일반적이라는 표현이 웃기지만) 기업 조직 내에서 일하고 있다면, 또 그 조직 내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 이에 더해 주변 지인 중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까지 있다면 더더욱 - 한 번쯤은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았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 효과와 별개로, 흔히 묘사되는 스타트업의 형용사들을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조직에서의 경험에 비춰보면 기업이라는 것과 양립하기 어려운 형용사들이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더욱 솔깃해졌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연차가 무제한이고, 모두가 수평하고 ... 아니 그런 조직이 세상에 있단 말인가 ! 


나 또한 2015년부터 스타트업 업계에 몸을 담으면서, 나의 스타트업 라이프를 신기해하는 (궁금해하는) 주변 지인들이 정말 많았다. 지난 5년 사이에 모바일 IT 업계가 크게 붐을 일으켰고, 덩달아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들이 등장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담론은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아름답게 전파되었다.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 미디어는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 5년 사이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졌다. 또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그 안에서의 직원들의 이탈과 신규 유입은 빈번하게 벌어진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은 위와 같은 내용을 잡플래닛과 같은 기업 평가(리뷰)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다. 현 재직자, 이전 재직자, 면접자 등의 목소리를 통해 해당 회사의 실제 모습을 대략적으로나마 그려보는 것이다. 본 글 또한 그러한 목적에서 스타트업의 실제 모습을 - 바깥에 계신 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 직접 겪어보며 느낀 점들을 시리즈물로서 연재하는 글이다. 


첫 번째 편으로서, 

초기 스타트업의 매력으로 흔히 꼽히는 것들이, 매력이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유연하다.  

늦게까지 근무를 하면 다음 날 늦게 출근해도 된다. 

회식에 정해진 예산은 딱히 없고 자유롭게 먹고 마시면 된다. 

형식적인 업무 보고 체계가 없고 필요에 따른 피드백들을 서로 주고 받는다.

(2) 성장의 기회가 많다. 

사내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연차에 상관없이 역량에 따라 주도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자극을 많이 받는다.  

(3) 수평적이다.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다. 

형식적인 보고 체계가 부재하다. 

직급이나 직책이 없고, 호칭도 수평적이다. 


(1) 유연하다 = full of 애매함


유연함은 최소한의 체계가 뒷받침 될 때에 비로소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라 '계약'에 기반한 관계인 만큼 회사와 직원 사이에는 명료한 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그 관계가 정상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작동 및 유지될 수 있다. 명료함이 부재한 애매함 속에서는 양자가 모두 불만이 쌓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나는 계약된 내용보다 더 많이 회사에 기여했다." 라고 주장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나는 계약된 내용보다 더 많이 너의 성장을 지원했다." 라고 주장하면서 쉽게 갈라지는 것이다. 서로가 분명히 여느 노사관계 보다 더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협업을 해왔으면서도 이러한 애매함이 섭섭함으로 이어져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진이 영악한 경우는 이러한 유연함을 악용하기도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아무런 체계 없이 허울 좋은 "유연함" 이라는 단어로 포장을 해두고 있다. 해당 "유연함의 영역"에서 회사가 가장 득을 보는 지점을 직원들이 택하게끔 하면서 -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려는 악의적인 행위인 경우가 많다. 

회식에 정해진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예산이 무제한이라는 뜻은 아니다. 회식 자체를 1년에 1번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인 카드와 관련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 꼭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매함 속에서 온갖 눈치를 보며 법인 카드를 오히려 전혀 못쓰게 된다. 


늦게까지 근무를 하면 다음 날 늦게 출근해도 된다. 여기서 "늦게까지"는 몇 시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며, "다음 날 늦게" 는 또 몇 시를 의미하는 것인가 - 이에 대해 회사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이는 사내 조직 문화에 그 규칙 규정을 맡기는 셈인 것인데 - 조직 구성원들이 해당 복지를 누리는 방식이 보편화되는 방향으로 규정을 맡기는 것이다. 떳떳하게 야근을 하고 늦게 출근했음에도 "그렇게까지 늦게까지 일하지는 않지 않았나"라는 눈치를 보게 만든다. 재밌는 부분은 이렇게 규칙들이 유연할수록 (애매할수록) 착하고 순진한(우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구조가 된다. 그들은 항상 그 유연함의 영역에서 회사가 가장 득을 보는 지점 (본인이 가장 실을 보는 지점)을 택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체계를 갖춰도 충분히 유연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체계를 갖춤에 있어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연한 조직의 모습일 것이다. 


(2) 성장의 기회가 많다. = 업무의 종류와 양이 많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실무 경험을 매우 빠르고 강하게 쌓을 수 있다. 단순 산술적으로 인원 수가 부족하고, 만들어가야 할 숫자는 크기 때문에 업무량은 시니어/주니어 상관없이 네버엔딩이다. (필자의 경우 '영겁'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내공만큼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 은 스타트업에서 주로 쓰이는 '마약'으로서 오용과 남용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나에게 필요한 성장인지 끊임없이 확인을 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하나의 사업군 내에서도 여러 역할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맡은 바 직무 외에도 잡다한 것들을 떠맡게 되는 것이 허다하다. 회사를 위하는 마음으로, 또 성장의 폭을 넓히고 싶은 욕구로 이것 저것 도맡다 보면 어느 새 내가 가장 원하는 실무적 경험보다 그 외의 경험을 쌓느라 모든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굳이 경영진이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한 사람을 여러 기능으로 활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도 정신없이 바쁘고 채용은 쉽지 않다보니 업무 분장에 신경을 크게 쓰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직원 본인이 본인의 목소리를 내어야, 비로소 원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둘째, 충분히 합리적인 보상을 받고 있는지 의심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재밌는 현상 중에 하나로 - 업무를 잘하는 직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추가 업무"인 경우가 많다. 업무 분장과 관련하여 명료한 원칙이 부재한 것도 원인이다만 - '성장'이라는 마약이 있으니 구태여 해당 규칙을 마련할 생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보상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합리적인 보상 없이는 흔히 말하는 번아웃 (Burn out ; 활활 타버려서 재가 된 상태)이 되거나 디모 (Demotivation ; 동기부여를 상실한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원하는 '성장' 방향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보상체계가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의 Burn out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성장' 이라는 마약 외에 - 번아웃이 되지 않기 위한 업무 분장 체계 설계, 충분히 합리적인 보상 체계 (인센티브, 추가 연차 지급, 하다못해 맛있는 점심 식사라도..)가 마련된다면 직원 개개인들의 성장과 더불어 조직의 성장 또한 지속적으로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3) 수평적이다. = 피드백이 없고, 시니어가 없다.  

수평적이라는 형용사가 긍정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수직적인 조직내에서 겪은 경험들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평적인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 자신이 의견을 개진하여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것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나를 관리하는 유능한 관리자가 부재할 경우 - 또는 존재하더라도 그 또한 매우 바빠서 생산적인 피드백을 못 주는 경우가 많다. - 성장의 속도 더뎌질 수 있고 심하게는 오랜 시간 정체될 수도 있다. "자율"과 "수평"이라는 이름 하에 "알아서 잘하길" 바라는 것이 사실 리더들의 속마음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뛰어난 인재들만 골라 채용하여 그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주니어 또는 3-4년 내외 연차의 직원들로 구성되다보니, 적재적소에 피드백이 부재하다보면 모든 직원들의 퍼포먼스가 하향 평준화될 리스크가 있다. 

완전 수평적인 조직은 제자리 걸음의 위험이 있다. 

시니어의 부재도 크리티컬한 부분이다. 비즈니스를 끌고 나감에 있어 오랜 경험(짬)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이트가 필요할 때가 많다. 이슈 대응에 있어서 강한 멘탈리티로 직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실무적인 뛰어남으로 직원들의 성장을 끌어내고 회사 프로덕트의 가치 도약을 끌어내는 - 이러한 역할은 주니어가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단순히 주니어들의 역량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시간'에 기반한 경험의 '양'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이다.


최소한의 수직 구조는 건강한 조직에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시니어는 기성 조직의 시니어와 다르다. 고리타분함, 부조리함, 불합리함을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조직 문화에 녹아든 시니어들은 도리어 젊은 친구들로부터도 무엇인가 배우려 하는 자세를 취하곤 한다. 젊은 에너지와 활력을 얻는 대신 그들은 안정감과 깊이를 제공해준다. 




개인적으로 모든 초기 스타트업의 경영진들은 이러한 관점을 두루 살펴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매력을 온전히 매력으로서 어필될 수 있게끔 보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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