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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히 Nov 16. 2016

어느새, 어른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다

cafe 'Albert park cafe & espresso', Auckland, 출처: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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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라떼가 맛있었던 카페에 혼자 왔다. 늦은 아침으로 베이컨&에그 파니니와 플랫화이트 한 잔을 시킨다. 먼저 나온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아. 맛있다.’ 감탄한다. 이 부드러운 첫 모금이 다시 이곳에 오게 한 것이다. 이 작은 커피 한 잔이 나의 구원인 듯 두 손으로 꼬옥 잡은 채 놓지 않는다. 커피의 따뜻한 온도가 내 손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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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낯설어지면서, 이 순간 어른이 된 것만 같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는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내 주변에 많아질 때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아 내 나이를 내 뒤로 숨겨놓고는 했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이제야 조금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내가 살던 나라의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내가 어른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혼자 웅크리며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어린 나와 마주한다.


이곳에서는 매일 글을 쓴다. 출처: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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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남몰래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소녀. 마음이 불안하고, 누군가가 미워질 때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일기장에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했던 소녀. 절대로 나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했고, 내가 가진 가능성을 믿으려고 노력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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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때에 그 소녀가 꿈꾸었던 삶을 조금씩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자유롭고, 세계를 여행하고, 글을 쓰며 사는 삶. 불완전하고, 불안하고, 지금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꿈꿔왔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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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창가에 걸터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던 내 어린 날의 소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잘 버텨왔다고. 참 잘했다고. 너는 결국 네가 가슴속에 품었던 꿈을 이루게 될 거라고. 네 삶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아서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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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를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어느새 나는 훌쩍 자란 어른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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