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르르 싸아
촤르르 싸아
거대한 바다의 끝이
내 발 끝 앞에서
흩어진다
일정하게,
그러나 넘치지는 않게
내 발끝에서
하얀 바다의 조각들이
부서진다
한참을 그렇게
바다의 물결들은
나의 발끝까지 왔다가
사라진다
여기까지가
너와 나의 사이라는 듯
거기까지가
너와 나의 거리라는 듯
너를 잊으려
땅의 끝까지 왔으나
바다의 끝을 보니
네 생각만 난다
어김없이
부질없이
속절없이
나는 네게 늘 넘쳤으나
너는 한 번도 넘친 적이 없는
짝,
사랑
넘치는 마음을 표현해 볼까
너의 단단한 울타리를 넘어볼까
생각을 여러 번
생각만 여러 번
하얀 거품처럼
흩어질까봐
부서질까봐
끝내
사라지고야 말까봐
땅의 끝에서
바다의 끝을 보면서
너를 잊지도
네게 달려가지도 못한 채
서성거린다
촤르르 싸아
촤르르 싸아
삐져나온 바다의 물결 하나가
발목을 적신다
발목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