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은 꽤나 치우쳐져 있어요.
좋고 싫음이 확실한 만큼 중간이 없죠.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니를 좋아하는 만큼
무채색과 울적함을 머금은 어떤 것들도 좋아한답니다.
오히려 디즈니를 제외하면 조금 우울한 취향일지도.
그래서 일까요?
심리상담에서 취향과 멀어져 보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우울한 느낌도 중독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침착하고 차분한 무드, 고요함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우울에 잠식되는 것조차 모른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는지 몰라요.
그 뒤로는 나의 취향이 아니어도 생기가 느껴지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접하려고 합니다.
조금 따가운 햇빛도, 살을 에일 듯 추운 바람도
귀찮음을 이겨내고 걸어보는 동네 한 바퀴도
모두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감각을 깨우는 효과가 있어요.
언젠가 이 미세한 일렁임이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보여질 날이 오길 기다리며
오늘도 나의 취향에서 한 걸음 멀어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