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어느 길로 가야 할까

by 김홍

막차를 타려 뛴다. 뛰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마지막 기회다.


서울에 오고 난 후 나의 삶은 늘 막차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쉴 틈이 없다. 잠깐의 환승 구간에서 겨우 숨을 돌릴 뿐이다.


종착점은 늘 중심에서 벗어난 구석자리다. 그곳에 쭈그려 앉아 안도를 한다.


’여기라도 있는 게 어디야.’


비겁한 변명과 자기 합리화는 무한 반복된다. 그렇게 어느덧 서울살이 11년 차가 됐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서울엔 꿈이 없다. 분명히 꿈을 좇아 온 곳인데. 오히려 꿈을 잃어버렸다.


이곳에선 꿈이 있으면 더 괴로울 뿐이다. 부푼 마음과 반짝이는 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칠흑 같은 어둠이 되어가는 박탈감에 괴롭고 씁쓸하다. 그저 도망치고 싶다.


모든 걸 이해해 줄 것만 같던 친구도 내 편 같지 않다. 가족에게는 아무리 힘들어도 말을 점점 못 하게 된다.


엄마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데, 전화를 하면 눈물부터 나온다.


“잘 지내지? 막내딸”

“응, 잘 지내지!“


눈물을 삼키고 매일 똑같은 거짓말만 한다. 점점 엄마에게 전화하는 게 꺼려진다.


고통과 슬픔은 나눌 수 없다. 절친에게도, 가족에게도. 20대를 지나오면서 뼈저리게 깨닫고 또 깨달았다.


서울살이가 더 혼란스러운 건 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가늠하기 힘들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아무도 나의 길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게 서운하진 않다. 타인의 길엔 무심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어느 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하다. 온전히 혼자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만이라도 확실하면 좋을 텐데, 정처 없이 자꾸 멈추기만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길을 찾아 헤매야 할까. 내가 찾는 길이 여기에 있긴 한 걸까.


그 과정에서 자꾸만 의미 없는 관계들이 밀려온다. 그럴수록 더 고립되는 기분이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키가 말한 것처럼, 진짜 아는 사람은 많아지는 데 연락할 사람은 없다.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누군가와 또 함께하고 싶다.

혼자이고 싶은데 혼자인 게 싫다. ​이해할 순 없지만 계속 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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