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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Mar 30. 2024

[서울시내버스파업관련] 죄송합니다.저도 파업했습니다.

서울시내버스 파업 관련하여, 죄송합니다. 저도 파업했습니다.


이번 서울시내버스 파업을 보면서 몇 자라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것입니다. 여러 곳에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도 많지만, 부디 오해 없길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


임금협상은 일반 회사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에게 찾아오는 연례행사와도 같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도 그들 나름의 기준을 갖고 인상률을 정합니다. 그리고 인상 혹은 동결로 결정냅니다. 직원은 따라야 할 뿐이죠.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분석해 '나는 이만큼 올려 받아야 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노조가 없는 회사들은 1:1 면담 형식으로 임금이 정해지기도 하지만 노조의 활동이 보장된 회사에서는 노조위원장에게 임금 인상에 관한 권한을 일임합니다.


자! 그렇다면, 서울시내버스 기사들의 임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서울시내버스 노동자와 사업주, 그리고 서울시의 관계를 짧게 설명해보겠습니다.


2004년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노동자와 사업주 사이에, 아니 그 위에 서울시가 포진하게 됐습니다. 위(서울시)에서 내려주는 돈을 받은 사업주는 근무일수에 따라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합니다. 예컨대, 버스요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1000원이라 할 때 사측이 노동자 임금, 회사 운영경비 등을 제외하고 3000원이나 소모됐다고 한다면, 서울시는 2000원을 지원해 주는 것이죠.


어제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지원금액이 8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시는 다양한 기준을 만들어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하달합니다. 그냥 주진 않겠지요.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65개를 잘 하는 순서대로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매년 우수하게 연료절감한 회사에 별도의 보너스도 지급합니다. 


물론 연료절감 표창을 하여 매년 노동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지급 형식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라 설명이 어렵습니다. 가스비를 많이 절약한 기사에게 많이 주는 회사도 있고, 일괄적으로 균일하게 지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매년 5만원 안팎입니다. 1년에 5만원.


회사는 그거 못받을까봐 매일 기사를 압박합니다. 조지는 거죠. 쥐잡듯이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공고도 붙입니다. 매 운행 횟수마다 매겨지는 '테너지' 기준 점수(90점 혹은 85점)에 미달인 기사는 사무실에 불려갑니다. 


<테너지와 관련된 콘텐츠. 참고>

https://brunch.co.kr/@seoulbus/10



엊그제 MBC 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 사업주들은 서울시로부터 이런 지원금을 받고도 풀질 않아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가게 됐다고. 즉, 사업주 자신들의 속만 채웠다고.


<MBC뉴스 보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1339355


버스 기사 평균 연봉은 이미 오픈이 많이 됐습니다. 평균 6천만원 정도로. 많이 벌면 7천만원까지 갑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못받습니다. 물리적 시간이 되지 않으니까요. 우린 시급이니까요.


헐벗은 영혼에게 밥 한 술 뜨게 해주고, 비단옷까진 아니더라도 여름철 삼베옷이라도 입게는 해줍니다. 막막했던 가슴이 조금씩 뚫리고 보이지 않던 터널 속 안개도 조금씩 걷히게는 해줍니다. 20대 버스기사들에게는 대기업 연봉 부럽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런데 왜 버스 기사 지원을 하지 않을까요? 
왜 버스 기사는 항상 부족할까요?
이상하죠?



이런 연봉을 주는데 왜 지원을 안 할까요? 

이렇게 좋은데?

기사가 부족한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왈가왈부의 종지부라 할 만 하지요.


우리는 그냥 그것으로 감사하면 됩니다. 그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란게 그렇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나니 휩쓸립니다. 그들의 말에, 그들의 행동에, 별 것 아닌 것에 화를 내기도 하고.


식사도 매일 '절밥'처럼 먹으며 인내력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고, 묵언수행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니 '스님'이 다 된 버스기사들인데 말이죠. 우리가 화를 냅니다.


이번 임금 인상은 참 얘깃거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버스 기사 욕먹기 딱 좋은 소재같습니다. 일단 출근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서울시내버스 모회사 구내식당 메뉴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곳에서 들을 수 있겠지만 사실은 이렇습니다. 인천 시내버스보다 임금 총액이 낮아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제시한 6.1% 인상안을 사측이 거부해서 등등의 팩트는 간과하고 오로지 기사들만 욕먹는 상황이 좀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 아래 기사 참조>

https://m.kijanews.co.kr/8656


이 만한 월급으로도 살기 힘들어진 대한민국의 전체 상황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신문에 보니, 고령층 수입 차이가 11.7배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연 1억원의 수입을 얻고, 누군가는 연 1천만원의 수입만으로 1년을 살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OECD 국가중 탑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되면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사실 버스 기사 월급 동결해도 별 문제 없습니다. 파업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혼자 사는 무인도가 아니기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기에, 치밀하게 연결된 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기에, 그저 한 목소리 내어보았던 것입니다.


많은 직업이 있겠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직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좀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파업 안 하고, 누군가를 욕하지 않으면서, 화 낼 필요 없는 상황속에서... 항상 배려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항상은 아니더라도 하루 한 번이라도 웃을 일이 매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캐나다 이민간 동생이 몇 해 전 했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캐나다 가서 몇 년 살아보니까, 한국에 왔을 때 느낀 게 하나 있어. 한국 사람들은 다들 화가 나 있어. 누군가 건드리면 폭발할 표정들이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면 인상을 쓰지.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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