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이른바, CES의 주된 화제는 역시나 'AI'였다. Artificial Intelligence라 불리우는 인공지능은 이제 더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강, 중국 등 기술 선진국들은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빅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율주행의 세계 1위는 '테슬라'다. 인간의 이동 선택권에 혁신적인 기술로 삶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기술을 이미 여럿 선보이고 있고, 현재 시행 중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차하고 원하는 곳에서 승차할 수 있을 정도로 테슬라 자동차는 이미 자율주행 중이다. 80년대 인기드라마였던 '전격z작전'의 '키트'같은 느낌이랄까.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서 차에서 내려 '가깝고 저렴한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라'고 명령하면 테슬라 자동차는 스스로 주차장까지 이동한다. 또 볼 일을 본 후 자동차에게 내 위치를 전송하면 스스로 내 발 앞에 선다. 우리나라는 법규 상 70m까지로 규정돼 있지만, 현재 기술은 2km 이상 가능하다고도 한다.
이렇듯 눈부신 자동차 기술에 발맞춰 '자율주행버스'도 전면 시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리적 추론이다. 그러나 본인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대한민국 버스, 아니 서울시내버스에 국한해 얘기하자면 '약 30년 내 자율주행버스는 시행하기 어렵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총 65개 서울시내버스 회사의 차고지 내 전기충전기 설비를 완비할 수 없다. 자율주행버스의 기반은 '전기버스'다. 현재 서울시의 버스 구입비 지원 정책에서 '천연가스버스'는 제외돼 있다. 전기버스만 지원한다. 그런데도 '천연가스버스'를 구입할 수 밖에 없는 버스 회사들이 줄줄이다.
차고지에 버스충전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많은 버스 회사들이 지원금을 포기하고 천연가스버스를 대폐차 연한에 따라 새로 구입하고 있다. 버스의 대폐차 연한은 9년이다. 연장을 하여 10년까지 운행할 수 있다.(대부분 10년 운행)
충전 시간도 문제다. 3시간 운행에 완충에서 20~30%가 소비된다. 대략 10~12시간 운행하면 방전된다는 얘기다. 급속 충전기로 10분에 10%정도 완충된다고 보면 소요시간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버스 충전 시간에 수 십대의 버스가 줄줄이 대기를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기버스를 구입하고 싶어도 충전기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버스 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천연가스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구입했다면 무조건 10년은 운행해야 한다. 이게 바로 천연가스버스가 줄지 않는 이유다.
은평, 도봉, 중랑, 송파 등 광역차고지가 서울에 존재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버스 회사들의 차고지 내 버스는 포화직전이다. 야간에 주차할 곳이 없어 공용도로에 줄줄이 주차한 버스를 자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차고지 공간 부족으로 생긴 사태다.
넓은 차고지와 합리적이고 효율적 버스 노선의 운영, 전면 버스 전용 차로 시행을 골자로 해도 자율 주행 버스 운행율은 50%를 넘기기 어렵다는 게 본인의 판단이다.
여기서 '수소버스'는 열외로 한다. 보급률이 미미하다.
▶둘째, 레벨5의 완전 자율 주행 버스의 기술 개발은 요원하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자율 주행 차는 레벨3 정도다. 최신형 자동차에 탑재된다는 '어드밴스드 크루즈콘트롤'이 레벨2다.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수준은 '레벨5'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 등 여러 회사에서 자율 주행 차량을 선보이고 있고, 실제 자율 주행 택시도 운행되고 있지만, 버스는 요원하다.
다만, 현재 버스 전용 차로로 운행 중인 자율 주행 버스가 있긴 하다. 그래도 운전자는 있어야 한다. 이런 버스가 전면 시행 되기에는 대한민국의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차량이나 보행자, 승객 등 너무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차선과 신호등 없는 번잡한 도로를 자율 주행 차량이 운행하는 것을 보도하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승용차 얘기다.
물론 최근 막을 내린 CES에서 미국 자율주행택시 회사 ZOOX의 4인승 박스카가 미국 전역을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일본 스타트업 TIER의 6명 버스도 현대 도쿄 신주쿠, 오다이바 등 도심 지역에서 운행 중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를 겪는 대한민국의 소도시, 농어촌 지역에 꽤 특화될 만한 기술 개발이긴 하다.
불특정 다수가 탑승한 40인승 버스는 다른 얘기다. 사고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안전 사고 걱정이 끊이지 않는 구조의 모빌리티다. 휴대폰보다가 늦게 하차하는 승객이나, 뛰어오는 승객이 있는데도 문을 닫다가 부상을 입은 승객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그런 AI인데 말이다.
▶셋째, 버스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되지 않으면 자율 주행 버스 도입은 어렵다. 즉, 선진적인 교통 문화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질서있고 교양있는 마인드가 장착되어야 한다.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택시를 운전하면서, 트럭을 운전하면서, 바이크를 운전하면서 버스를 바라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현재 버스에게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부지기수이며, 난폭 운전을 일삼는 것이 버스라고 항변하는 운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율 주행 버스는 스크래치 하나 없이 완벽 운행할 수 있을까?
카메라 8대만 부착하고도 여유롭게 완벽 운전하는 중국의 자율주행차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버스는 다르다. 승용차와 전혀 다른 매커니즘으로 접근하게는 맞다.
특히, 대한민국의 도로는 완전하지 않다.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아닌 곳이 80%이상이다. '블록화'되지 않았기에, 버스 전용차로 운행하는 버스가 3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전면 시행은 불가능할 뿐이다.
보행자와 승객의 안전도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이상, 섣불리 도입해서는 안 된다. 안전이란 단어에 99%가 있는가? 100%가 되어야 한다. 30년 무사고의 버스 기사도 100%를 장담할 수 없는데 수 많은 변수가 도사린 도로 위, 혹은 인도 위 사람들과도 그렇게 100% 안전하게 소통하겠는가?
이런 이유들이 100% 맞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의 예상이 깨져 10년 내 전면 시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버스에 인생의 터를 잡은 본인의 판단으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12월 27일 세종시는 충북 청주에서 세종을 거쳐 대전까지 운행하는 간선급행노선에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최고 시속 80km로 운행한다고 하지만 레벨3 수준으로 안전관리자 혹은 버스기사가 탑승하고 있다.
지난 1월 4일 경남 하동군도 전국 최초로 '농촌형 자율주행버스'의 운행을 시작했다. 18인승 1대 4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지만 안전관리자 1명이 탑승하고 있다. 읍내 6.7km 구간을 순환한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소소한 노선에 소소한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도봉산에서 영등포역까지 하루 1회 운행하는 A160 첫차버스도 버스기사와 안전요원 등 2명이 탑승한다.
현재 '자율주행버스'라고 일컫는 노선의 버스들은 모두 완벽한 자율주행버스는 아닌 셈이다.
이렇듯 본인의 저서 <해피버스데이>에서도 밝혔던 바, 30년 내 자율주행버스는 전면 도입하기 어렵다. 심하게는 100년이 지나도 버스 기사는 있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자동차와 신호, 보행자 혹은 로봇들의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100년 후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버스 기사 직업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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