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더 인터뷰 1] 요리사 이원일을 만나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만국 공통어 ‘요리’.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식은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기억으로 한번’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식탁에 행복을 선사하는 요리사는 최근 다양한 미디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셰프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원일 씨. 요리사, 방송인, 사장, 교수 등으로 불리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만나 인기직업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원일 : 안녕하세요. 이원일 셰프입니다.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계신데요.
저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베이커리 매장인 [비밀], [파파도나스] 그리고 청담동[스푼211], 뉴욕[KIMBOP LAB] 등의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요리 관련 방송활동 및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요리사 이원일입니다.
이원일 : 모든 어머님들이 그러하겠지만, 어머님들의 요리 맛은 정말 좋죠.
옛날에는 지금과는 달리 외식산업이 발전하기 전이라 가족들이 오거나 손님들이 집을 방문했을 때에는 모든 음식을 우리 어머니들이 하셨잖아요. 저희 집도 그러했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외할머니께서 워낙 요리를 잘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고추장이나 된장과 같은 장부터 술, 그리고 술로 담그는 식초까지 직접 손으로 만드는 걸 보고 자랐어요.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어깨너머로 배우다 보니까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행복감이나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요리를 하는 즐거움 자체가 직업이 될 수 있겠구나’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요리사로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이원일 : 중, 고등학교 때 요리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부모님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이랑은 다르게 요리사라는 직업이 힘든 일을 한다는 인식이 강했었거든요. ‘요리’ 자체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우고 제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교 진학부터였습니다. 대학교를 가고 원하던 과로 전과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다른 분들에 비해 시작은 늦은 편이었어요.^^
이원일 :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다는 것이 어려움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제가 원하던 방향대로 꿈을 향해 가는 것은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시작이 다를 뿐이지 제가 뒤쳐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이원일 : 요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지론인데요. 그래서 그것에 따른 자격증이나 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요리 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두었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사람들의 입으로 바로 전해지는 만큼 내가 만든 음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는 교통수단이나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물리적인 거리 자체가 좁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적 특색을 띠는 음식이라던가, 국가의 특징을 띄는 음식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들의 방법과 재료가 혼재된 음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한 가지 요리, 한 나라의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여러 나라, 여러 식재료를 다뤄보는 경험들을 늘리며 많이 먹어보고, 경험하고, 다뤄보면서 자신의 능력과 경험치를 서서히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원일 : 제 자신이 ‘요리’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내가 만든 음식이 감동이 되어 나를 기억했으면 한다.’는 것이에요.
첫 번째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 전했을 때 온전히 올바른 음식으로 전해지기 때문인데요. 두 번째는 제가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해서 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만든 음식의 맛으로, 그 맛으로 저를 기억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대한 제 관점이 그러하기 때문에 제가 만든 요리를 먹고 누군가 '이원일'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줄 때, 그 요리의 맛과 향, 경험을 기억해 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원일 : 인간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의·식·주’이죠. 그중 하나가 먹고사는 것에 대한 것인데요. ‘요리사’라는 직업이 바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먹는 욕구와 후각과 미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죠. 또 음식을 가장 맛있을 때 먹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죠.
단점이라고 한다면.. 글쎄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요리라는 것은 서비스 직종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요리를 즐기는 아침, 점심, 저녁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남들이 먹을 때 먹지 못하고, 쉴 때 쉬지 못하고, 남들이 일할 때 쉬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때가 아니라면, 제가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을 때 누구보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원일 : 요리사라는 직업은 혼자 할 수 없는 사회적 기능 중에 하나예요.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이 찾아오고 싶도록 하기 위한 서비스가 기본이 되고 있고, 주방에서도 음식을 만들기 위해 다른 구성원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하게 작용하죠. 그렇다 보니 요리사라고 해서 요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를 생각하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재료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것 외에도 가게 운영에 있어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나 관리, 인력 구성에 대한 지식도 요리사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전 그것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이원일 : 외식업계의 트렌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서 대답하기가 곤란한데요. 제 요리 철학관을 기본으로 하여 정직한 음식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원일 : 교육과 요리가 접점이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도 교육의 중요한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급식’을 통해 한 끼 식사를 먹고,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받고 있잖아요. 학교 급식이 조금 더 안전한 먹거리, 중요한 먹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홍보대사로서 이름만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양사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그리고 여러 가지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이원일 : 모든 음식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일반적으로 다뤄볼 수 없는 식재료를 통해 경험해본 음식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예를 들어 젓갈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 한국에만 있는 음식인 줄 알았거든요. 알고 보니 해산물이 나고 소금이 나고, 저장 기술이 있는 곳이라면 이름만 다를 뿐이지 젓갈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도 만들어졌더라고요. 동남아 지역에 갔을 때 익지 않은 시큼한 망고를 새우젓에 곁들여 먹는 문화를 경험했는데, 그 독특한 문화가 저한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각 나라별로 그 나라 기후에 맞는 식재료들이 특화되어 있잖아요. 여행이나 다른 계기를 통해 한국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식재료나 제3세계의 요리를 만났을 때의 감동은 정말 크죠. 그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말이죠.
이원일 : 길지는 않지만 제 인생을 살면서 먹어보고 배워본 음식들에 대한 경험들이 제 사업에 투영되어 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 것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제가 하는 음식들은 제 경험이 투영된 것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어렸을 때 어머님이 만들어 준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경험했던 경험들도 그중에 하나기 때문에 그 경험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원일 : 어떠한 직업이건 모든 시작이 있답니다. 이후 개개인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가고 완성된 결과물이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것인데요. 단지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화려한 요리사를 보며 꿈을 꾸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음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훈련의 과정과 개인의 고민,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이러한 고민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본인이 꿈꾸는 직업군에 대한 공통된 고민이자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원일 : 인간이 가져왔던 직업 중에 역사가 오래된 직업 중에 하나가 바로 ‘요리’라는 분야인데요. 그중에서도 AI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또한 요리입니다. 사람의 감각기관으로만 감동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잖아요. 저는 학생들이 단지 칼질만 잘 하고, 펜만 잘 굴리는 요리사이기보다는 창작자로서의 요리사를 꿈꾸면 좋겠습니다. AI(인공지능)가 범접하지 못하는 '요리사'의 길을 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잘 닦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요리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노력은 스스로에게 보람이 될 테니까요. 모든 청소년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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