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우리가 오늘 도착했다.
서울역 KTX 승차장으로 향하는 중앙 벤치
사람들 틈에 묻혀있던 작은 엽서 부스.
‘서울역 기념 엽서’와 ‘우체통’.
생각보다 정성스럽게 마련되어 있었다.
여행을 앞둔 마음은 늘 설레지만,
그날은 유난히 그 엽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4번째 강릉 여행’을 기념하며
아이와 나란히 앉아 엽서를 썼다.
누구에게 쓰자니,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친구, 가족, 지인…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받는 사람의 기쁨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뭘 이런 걸 보내?’
‘참 별나다, 너도.’
‘새삼스럽게 왜 이래?’
그런 반응을 듣고 나선,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안 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 이후로,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는 일은 멈췄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 앞 우체통에 낯선 노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더는 없을 줄 알았는데.’
꺼내보니,
늦은 여름 휴가로 갔던 강릉여행길에서 보낸 바로 그 엽서였다.
“엄마, 이거 뭐야?”
“아~ 우리 강릉 갔을 때 썼던 엽서네!”
“아~ 맞다, 그때!”
갑자기 방긋 웃음이 터졌다.
까맣게 잊고 있던 엽서 한 장이
그날의 기억을 통째로 꺼내왔다.
서울역에서 쓰고, 집으로 배송된 것 뿐인데,
서울역을 거쳐 KTX를 타고 강릉 해변까지 돌고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여행은 그렇게 돌아왔다.
우리끼리 기억했던 그 순간들이
우체통 너머에서 ‘도착’했다.
그날, 그때의 감정.
그 바닷가의 바람과 아이의 웃음소리,
파스타 와 돈까스 냄새, 사진을 찍던 순간,
기차에서 보던 창밖 풍경...
모두가 한 장의 엽서에 담겨
오늘 내게 선물처럼 돌아왔다.
여행과 추억은, 참 좋은 거였다.
불쑥 찾아와 미소 짓게 해주는 것.
엽서처럼,
마음이 움직이던 순간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
오늘, 우체통에서 꺼낸 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잊고 있던 마음 한 조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은 그렇게
다시 나를 찾아와 미소 짓게 해줍니다.
그 틈에,
희망이 조용히
싹트고 있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누구보다 나에게, 그리고 소중한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띄워보냈나요?
때로는 멈춰 선 자리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 위로, 희망은 지금도 조용히 싹트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