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밤을 건너며

혼자가 되어도 버려진 게 아니야

by seoul

《외로운 밤을 건너며》


"혼자가 되어도 버려진 게 아니야."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많이 외로웠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막상 걸 수 있는 번호가 없었다고 했지.
그 마음, 아빠도 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연락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그 고요한 순간,
그건 세상에서 가장 길고 쓸쓸한 밤이란다.


딸아,
그 외로움이 네 잘못이 아니란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느라
때로는 다른 사람의 손을 놓치고,
너무 바빠서 서로의 마음에 닿지 못할 뿐이야.
그게 네가 버려졌다는 뜻은 아니야.
그저, 모두가 자기 몫의 하루를 버티고 있었을 뿐이지.


아빠도 그랬단다.

젊은 시절, 일하고 돌아온 밤이면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지.

친구들은 각자 가정을 꾸렸고,

부모님은 이미 세상에 안 계셨으니까.

그땐 ‘세상에서 혼자인가’ 싶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외로움은 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걸.


너도 어젯밤엔 참 힘들었지만,
오늘은 아이의 발표회에서 울컥했다고 했지.
그건 네 마음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증거야.
외로움이 깊을수록 사람의 감정은 더 섬세해지고,
그 여린 마음이 결국 너를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거야.


너는 그 외로움을 견디며
아이의 무대를 보며 눈물짓는 사람,
그 자체로 이미 너무나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란다.

전화가 오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가 네 전화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
너를 기억하고 있는 마음은,
때로는 말없이도 곁에 머문단다.
그리고 그 마음 중 하나가 바로 아빠의 마음이다.


딸아,
혼자라는 건 버려졌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 고요 속에서 너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아이를 바라보며
너무도 잘 살아가고 있잖니.
그건 아무리 화려한 관계보다도
훨씬 단단한 삶의 방식이란다.


세상은 너에게 끊임없이 연결을 요구하겠지만,
진짜 연결은 ‘내 안의 나’와 이어지는 거야.
그 연결이 단단할수록
외로움은 더 이상 너를 흔들지 못할 거다.

아빠는 늘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멀리서라도, 마음으로라도
늘 네 곁에 있는 아빠가 있으니까.

오늘도 잘 버텼다, 우리 딸.
그리고 내일도, 네가 웃을 수 있기를
아빠는 조용히 기도한다.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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