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네 말이 울려 퍼질 자격이 있다
《너의 목소리를 믿어라》
사랑하는 딸에게.
너의 글을 읽고, 마음이 오래도록 남았다.
부당한 일들, 타인의 무지와 실수로 인해
피해자가 되어버린 그 현실이 얼마나 너를 지치게 했을지 안다.
회사의 불합리함, 병원에서의 불쾌한 경험, 가족 안의 무심함까지…
모두가 너에게 상처를 주었지.
딸아,
그 어떤 순간에도 네가 약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약자를 탓하며,
상처를 준 자보다 견딘 사람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운다.
그게 불공평하다는 걸 아빠는 너무 잘 안다.
아빠도 그랬으니까.
젊은 시절,
아빠도 부당한 대우를 당했었지.
억울함을 말하고 싶었지만
“참아라, 그게 어른이다.”
라는 말로 입을 다물어야 했단다.
그때부터였지.
아빠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결국 사라져버렸어.
그래서 아빠는 안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그 침묵이 얼마나 오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지.
딸아,
아빠는 너에게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세상에 네 말이 울려 퍼질 자격이 있다.
그 말이 비록 작고 떨리더라도,
그건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목소리란다.
공존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참고 살아간다.
하지만 공존이란 서로의 존재를 지켜주는 일이야.
누군가를 무너뜨리며 유지되는 관계는
결국 공존이 아니라 억압이다.
네가 지켜야 하는 아이,
그리고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네 자신—
그 둘 다 네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의지하고 있단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말해라.
너의 말은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너 자신을 다시 세울 수는 있으니까.
딸,
세상은 자꾸 네게 ‘이 정도면 됐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네 한계를 정하려는 사람들의 말이지
네 삶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너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고,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너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 자신이 먼저 알아줘야 한다.
아빠는 네가 공부를 잘해서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네 뜻대로 살아보려 애쓰는 그 마음이 자랑스럽다.
의사나 변호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세상이 요구하는 이름표가 없어도,
너는 이미 너만의 가치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딸아,
세상은 무능력한 이들이 만든 체제 속에서
능력 있는 사람마저 지치게 만든다.
그 안에서 네가 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그건 이미 대단한 용기다.
무기력한 날엔 이렇게 생각해보렴.
“오늘 나는 나의 자리를 지켰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다시 큰 소리로 말할 날이 오면,
그때는 아빠의 목소리도 함께 담겨 있을 거야.
아빠가 하지 못했던 말들,
아빠가 삼켜야 했던 진실들,
그 모든 것들이 네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울려 퍼질 테니까.
딸아,
너의 목소리를 믿어라.
그건 약자의 외침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세우는 사람의 언어다.
오늘도 잘 견뎠다,
그리고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