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주기 전에, 나에게 먼저 주는 사랑
《사랑을 배워가는 시간》
사랑하는 딸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빠는 오래 생각했다.
사랑을 모른 채 살아왔다는 말,
받아본 적도, 받는 법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고백이
아빠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더구나.
딸아,
사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지.
아빠도 그랬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보다
버티는 법을 먼저 배웠고,
주는 건 익숙했지만
받는 건 어색했던 사람이었지.
너도 그랬던 것 같구나.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키우며
사랑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했지.
그건 참 깊은 깨달음이란다.
사랑은 누군가를 통해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감정이니까.
딸아,
너는 아이에게 서운함 없이 크길 바란다며
네가 가진 걸 다 주었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말했잖니.
“나는 내가 너무 좋아.”
그리고 그 다음에,
“엄마를 사랑해.”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는 알았을 거다.
아, 내가 준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받고 있었구나 하고.
사랑은 그렇게 오더라.
주는 사람은 비워진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은 이미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가득 찬 마음이
다시 너에게 돌아온다.
딸아,
너는 아이에게 주기 전에
사실 이미 너 자신에게 주고 있었단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쓴 시간,
아이를 위해 버텨낸 하루하루가
그 자체로 너를 살게 한 사랑이었어.
그런데도 너는
너를 챙기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받지 못한 사랑을 원망했지.
그 마음, 아빠는 이해한다.
사랑을 주기만 한 사람은
언젠가 꼭 서운해지거든.
딸아,
그래서 아빠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이제는 남에게 주기 전에
너에게 먼저 사랑을 주렴.
네가 지치지 않도록,
네가 텅 비지 않도록.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
“아빠는 어땠을까?”
아빠는…
더 주지 못해서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다 주었다고도 생각했단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건 아빠 기준의 ‘다’였지,
너의 마음이 필요로 했던 ‘다’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그렇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다른 크기로 기억하는 감정이더라.
그래서 사랑에는
정답도, 정확한 양도 없다.
딸아,
아빠는 이제 안다.
사랑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배워가기에 의미가 있다는 걸.
너는 지금도 사랑을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은 아이에게도,
그리고 너 자신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너 자신을 먼저 안아주렴.
네가 그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딸아,
사랑은 부족해서 아픈 게 아니라,
너무 진심이어서 아픈 거다.
그 진심을 가진 너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아빠는
네가 사랑을 배워가는 이 시간이
참 자랑스럽다.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