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품고도 웃는 법

아픔은 지워지지 않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어

by seoul

《상처를 품고도 웃는 법》


사랑하는 딸에게.


너는 종종 아빠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댔지.
왜 혼자만 잘사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하고.

아빠는 밖에 나갈 때 늘 단정하게 차려입었지.
옷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비싼 걸 여러 벌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속옷부터 셔츠, 바지까지 늘 깨끗하게 세탁해 입고
구김 없이 다녔단다.

너는 그 모습이 신기했을 거다.
“아빠는 힘들지 않나?”
“마음이 아프진 않나?”
“자기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딸아,
아빠는 알고 있었단다.
밖에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단정히 세워야 한다는 걸.
너덜너덜한 마음을
겉모습까지 무너뜨리면
세상은 더 쉽게 사람을 밟더라.

그래서 아빠는
신발을 사더라도 한 켤레를 제대로 샀고,
바지 하나, 셔츠 하나를 사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걸 골랐다.
양복도, 코트도, 머플러도
많이 갖지 않았지만
하나를 갖더라도 멋지고 근사한 걸 택했지.

그건 허세가 아니었단다.
그건 나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었어.

시간이 지나 너도 알게 되었구나.
아빠의 말과 태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머리는 늘 빗질도 못하고
거울 볼 여유조차 없던 너에게
아빠가 말했지.
“예쁘게 하고 다녀라.”
“집에서도 화장 좀 하고.”

그땐 화가 났을 거다.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데
겉모습만 신경 쓰라 하냐”고.
아빠는 그 마음을 미처 설명하지 못했지.

딸아,
아빠는 네가 ‘보기 좋게’ 살길 바란 게 아니었다.
아빠는 네가 너 자신을 잃지 않길 바랐단다.
아무리 힘든 날에도
거울 앞에서 한 번쯤
“나는 여전히 나다”라고
확인하길 바랐던 거야.

아빠는 고난과 상처를 안고 살았지만
그걸 온몸으로 드러내며 살지는 않았단다.
아픔은 감추는 게 아니라,
그 위에 품위를 얹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야 상처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으니까.

딸아,
아픔은 없었던 일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픔이 있다고 해서
늘 고개 숙이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상처를 안고도 웃을 수 있다.
상처를 가진 채로도
더 밝고, 더 단정하고,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게 아빠가 배운 삶의 태도였고,
이제는 네가 알아차린 진실이구나.

너는 이제 안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아픈 게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는 걸.

딸아,
오늘은 조금 더 예쁘게 입어도 좋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그건 사치가 아니라 존엄이란다.

아빠는 네가
상처 위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게
참 자랑스럽다.
그 웃음은 가벼워서가 아니라
많이 견뎌봤기 때문에 가능한 거니까.

아픔은 지워지지 않아도
우리는 그 아픔과 함께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그걸 이제 네가 알고 있다는 게
아빠는 참 든든하다.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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