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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에세이

by 미즈와리

’다섯 시 반 기상, 일곱 시 책상에 앉음‘ 기적적인 새벽 기상에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물론 이것은 원 타임 띵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각오다. 아무튼 나는 어둑한 새벽녘에 눈을 뜬 뒤, 이불 정리와 빨래 정리,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까지 마쳤다. 그리고 책상에 일곱 시에 앉았다. 오늘은 무얼 해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평소의 두 배나 되는 분량을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게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작 스무 페이지 남짓의 글을 쓰는 데에도 온갖 것에 집중력을 빼앗겼다. 잘만 두드려대던 키보드가 갑자기 불편하다고 느껴져서 서랍에 처박아두었던 무선 키보드를 꺼냈다. 그러나 바꾼 키보드가 편했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결국 다시 원래 키보드로 갈아 끼우고, 그러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커피도 한 잔 더 따르고, 화장실도 다녀왔다가, 창가 쪽도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그러고 시계를 보니 벌써 여덟 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일찍 일어난 보람조차 없어질 것 같은 느낌에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한 번 무너져버린 집중력을 되찾는 일에는 처절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몸은 마치 뜨거운 것에 닿은 반건조 오징어처럼 베베 꼬아졌다.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두드려보기도 하고, 아주 빠르게 글을 써보기도 했지만, 한 번 말려버린 손가락은 쉽게 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윽고 글을 다 써갈 때쯤부터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목표로 했던 스무 장을 겨우 쓰고, 휴식을 취한 다음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에세이를 어떻게 끝마쳐야 좋을지 모르겠는 것처럼, 대관절 이 시간 이후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 인생에서 가장 일찍 일어난 날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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