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리기 회고록 1

에세이

by 미즈와리

지난 3개월 동안의 달리기 기록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삼 월에 약 140킬로미터를 달렸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정도를 달리고, 10킬로미터에서부터 18킬로미터까지 거리를 컨디션에 따라 살짝살짝 조정한다. 평일에는 10킬로미터 내외를, 주말에는 18킬로미터 내외를 달린다. 매일 뛰는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변화를 주고 싶은 날에는 코스를 바꾸기도 한다.


일단 삼 월부터. 첫째 날 달리기는 10킬로미터였다. 평균 페이스는 4분 28초, 꽤 빠른 속도로 완주했다. 그날의 소감을 짤막하게 기록해 두었는데, ‘종이 한 장 두께의 차이로 금광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있다.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반드시 속도를 줄이지 말 것’이라고 써두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준수한 평균 페이스 유지를 기치로 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삼 월 중간쯤의 기록이다. 15킬로미터를 뛰었고, 평균 페이스는 4분 42초. 그날의 소감은 ‘기록 따위에 집착하지 않고 즐기면서 달리면,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이다’라고 썼다. 기록에 집착하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록을 제일 중시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한 문장이다. 그러나 항상 빠르게 달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삼 월의 마지막 날, 무너지고야 말았다. 10킬로미터 달리기, 평균 페이스 5분 35초.


매일 뛰기만 했으면 몰랐을 일이지만, 지난날의 기록과 함께 간단히 적어둔 문장을 읽어보다 문득,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로 나는 승부욕이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며, 둘째로 나는 풀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보다, 하프 마라톤을 준수하게 완주하는 걸 더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사실이다. 이로써 올해의 달리기 목표는 정해졌다.


납득할만한 목표를 세워두고, 시간 내에 하프를 두 번 완주하는 것.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라카미 라디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