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금은 쑥스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한때 ‘지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적이 있다. 그건 내가 다리가 많아서가 아닌(당연한 소리) 신발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데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증세가 심각했을 때는 두세 달에 한 켤레의 신발을 사댔으니, 그 별명에 마냥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내 신발장 문을 열면 과식한 사람이 토사물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몇 켤레의 신발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 결국 신발을 올려둘 수 있는 수납 벤치, 벽에 거는 수납 주머니까지 사서 신발을 보관했지만, 자석에 달라붙는 철가루처럼 신발은 숙명같이 내 곁에 착 달라붙어 떠날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외출 횟수가 줄어들었고, 외출을 하더라도 익숙한 신발에 발을 구겨 넣는 게 편해졌다. 그에 따라 신발을 사는 빈도수가 자연스레 줄었다. 그리고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중고로 팔거나 버리는 등, 신발 줄이기 운동도 나름대로 펼쳐갔다. 그러나 아직 내 곁에는 수많은 신발이 남아 있고, 여전히 신발에 꽤 흥미를 가지고 있다. 신발장이 꽉 찬 나머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로 현관에 널브러진 네 켤레의 신발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내 신발장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비싼 한정판 스니커즈는 없다. 대부분 내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것들 뿐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리서 흥, 저 정도로 무슨 신발 마니아라고 한담, 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어느 누구의 관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소소한 컬렉션일지모 모르겠으나, 함께 동네방네를 누비고 다닌 나의 친구들이기도 하다.
현관에 널브러진 네 켤레의 신발 중에는 현재 내가 가장 아끼는 운동화가 놓여 있다. 바로 ‘뉴발란스 991’의 브라운 색 운동화가 그 주인공. 그러나 처음부터 딱 마음에 들어 구매했던 건 아니다. 브라운 색의 운동화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찾아보다가 우연히 만났다. 991은 메이드 인 잉글랜드로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편인 데다 일반 유통 경로로는 전부 품절이라 손에 들어오기까지 애를 먹었다. 괜히 샀나, 라는 생각도 잠깐 했던 적이 있었지만, 어느새 내가 제일 아끼는 녀석이 됐다. 어디에 신어도 어울리는 꽤 근사한 운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