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표류할때 방향키를 더 강하게 움켜쥐어야 하는 이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때? 글로 써봐라"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마치 유명한 철학자의 명언 같지만, 사실 이 표현을 그대로 남긴 대표적인 인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이 문장이 지닌 보편적인 힘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팀도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팀이라 불리던 곳도 암흑기를 겪죠. 최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면, 과거의 영광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조직의 근간은 지키면서, 더 잘 굴러가도록 리툴링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것이 조직 효율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적 실패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면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문제를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덮어두곤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죠.
실패는 어떤 훌륭한 조직에도 찾아옵니다. 사실 사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사람에게 수명이 있듯, 조직에도 끝이 있습니다. 몇백 년 이상 지속하는 훌륭한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어가던 조직이 다시 살아나는 사례 역시 많습니다. 비즈니스는 외부 환경에 흔들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을 살아 숨 쉬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돌아가는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진단하고, 현황을 재구성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표류할때, 배에 물이차고 선원들이 휩쓸려나갈때, 선장은 방향키를 더 강하게 움켜쥐어야 한다.
현황을 글로 정리하고 해결책을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새로운 방향성의 도덕성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더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 잘못된 의사결정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영에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다만, 애초의 비즈니스 토대 자체가 도덕성을 잃었다면 반드시 회복해야 합니다.
도덕성은 리더의 이기심 때문만이 아니라, 시대 변화 속에서 훼손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예로 미국의 탄산음료 브랜드 7up을 떠올려 봅니다. 창업자 찰스 라이퍼 그리그는 대공황 속에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이 음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합법이었던 ‘시트르산 리튬’을 넣어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음료를 만든 것이죠. 문제는 시간이 흐르며 이 성분이 중독성과 유해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였습니다.
많은 음료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7up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언콜라(Uncola)” 캠페인을 내세워 코카콜라, 펩시와 정면 승부했고, 인체에 무해한 청정 음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창업자가 애초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순수한 철학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레몬 음료 브랜드 포카(Pokka)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초기에는 합성 착향료 음료를 과즙 음료처럼 마케팅하다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포카는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100% 과즙 음료를 출시하고, 이후에는 성분 표기와 친환경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창업자 타니다 토시카게 사장이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료”를 만들고 싶어 했던 순수한 의도가, 조직이 빠르게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7up과 포카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변화 전에는 최단 경로를 택했지만, 새로운 규범이 등장했을 때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했고, 그 중심에 창업자의 순수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덕분에 더 나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직의 도덕성은 훼손 될 수 있어도, 가치는 유지되어야 한다.
좋은 의도로 출발한 조직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시험대에 오릅니다. 내가 순수한 의도로 만들었던 제품이 사실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었다고 밝혀진다면, 조직원들이 받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도 리더는 조직을 위로하고, 새로운 색깔을 입히면서 처음 설계했던 순수한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시장 환경의 변화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꿔버릴 수는 없습니다. 리더는 다시 한 번 묵묵히 도전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속한 조직이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공격 받고 있을지라도 너무 두려워하실필요 없습니다. 7up과 포카 위기를 통해서 진정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조직의 성장단계에서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일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