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더십 수업과 "두려움 없는 조직"

심리적 안정감 vs 위기의식과 성장에 대한 목표, 어떤것이 중요한가

오늘은 새로운 양식으로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교육을 통해서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님으로부터 다회차에 걸친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하버드 교수 에이미 에드먼슨의 『두려움 없는 조직』책도 선물로 받아, 책에 대한 독후감과 함께 감사 메일을 보냈었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은 ‘심리적 안전감’ 개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비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질문하며 실수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떻게 혁신과 성과를 이끄는지를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는 심리적 안전감이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라 높은 성과와 결합될 때 진정한 학습·협력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리더가 개방적인 태도와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실수를 학습 기회로 전환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은 조직을 구축하는 관점에 있어, 공감이 드는 부분들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존재하였는데요. 제가 작성한 메일의 내용을 통해 『두려움 없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감" 이전에 어떤것들이 선제되어야하는지 같이 한번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방대욱 대표님께 올린 편지


안녕하세요, 방대욱 대표님.


어제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뒷풀이 자리에서 대표님과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막차 시간 때문에 부득이하게 먼저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수업 내내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들과, 직접 여쭙고 싶었던 생각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하루라도 지나기 전에 이렇게 메일로 인사를 드립니다.


대표님의 리더십 수업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 내용이 단순히 책에서 읽은 지식이나 사례의 나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강의 속 모든 메시지가 실제 대표님의 삶과 선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고 깨달으신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그 무게와 울림이 남다르게 전해졌습니다.


첫 수업에서 ‘던바의 수’ 이론을 설명해 주실 때 저는 곧바로 느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념 소개가 아니라, 대표님이 직접 겪은 경험과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을요. 저는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며 정말 다양한 유형의 창업가와 리더들을 만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데 강하고, 어떤 분은 10명 규모의 팀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탁월하며, 또 어떤 분은 50명 이상의 중견 조직이나 상장사 수준의 복잡한 구조를 관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쌓으며 배운 것은, 리더십은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맥락에 맞는 강점의 형태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이 던바의 수를 설명하시며 들려주신 이야기가, 사회심리학 이론이 아니라 다음세대재단을 비롯한 여러 조직 운영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인사이트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감동이 커서 수업이 끝난 직후 관련 내용을 블로그 칼럼으로 정리해 두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대 중반 이후로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정제된 메시지의 규정성’ 때문에, 교과서류를 제외한 책을 읽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수업에서 같은 페이지 위에 있었던 그 감각을 이어가고 싶어, 뒷풀이가 끝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곧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자기 전까지 단숨에 완독했습니다. 근 10년만에 읽는 책인데, 짧은 책이라 두시간 정도 밖에 안걸리더라구요.


수업 마지막 날, 대표님께서 선물해 주신 수많은 책 목록 중 저는 망설임 없이 『두려움 없는 조직』을 골랐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강하게 끌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제 약점과 직결된 주제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잘 경영해야 하는 대상은 대표 자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남을 관리하는 것보다 나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쉽고, 누군가를 설득해 일을 맡기는 것보다 직접 처리하는 편이 더 빠를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더 잘 기능하게 만드는 방법, 즉 자기 탐구와 자기 관리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약점은 대개 강점에서 파생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점을 더 날카롭게 가다듬다 보면 그림자처럼 단점이 생깁니다. 제 경우가 그렇습니다. 변화에 유연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지고, 빠르고 정확하지만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잘 보지 못하며,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지만 상대방에겐 먼저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인상으로 남습니다.


물론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 조직에 가능성을 보고 합류하는 사람들은 제 강점에 매력을 느끼고 온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저는 제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사람들을 곁에 두고, 서로의 퍼즐이 맞춰지도록 팀을 구성해 왔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말하는 ‘안정감이 있어야 혁신과 도전이 나온다’는 부분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습니다. 다만, 그 안정감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전제가 개인과 조직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서로 맞물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이 하는 일이 자신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그리고 팀의 성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만, 안정감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연결이 없다면, 안정감은 오히려 현실 안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편하고, 아무 압박 없이 지낼 수 있다면 굳이 힘들게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 있을 만큼, 사람은 본능적으로 더 편한 쪽을 선택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안정감만 심어주는 것은 당연히 ‘일 안 하는 조직’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다음 네 가지가 어느정도는 갖춰져야 안정감이 생산적인 무언가로의 전환이 이어질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개인–업무: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커리어 발전 측면에서 필요성을 납득하는 것

* 개인–팀: 팀원들이 나의 준거집단이 되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동료라는 감각

* 개인–회사: 회사의 가치관이 나와 일치하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

* 개인–조직 비전: 내가 하는 일이 조직 비전과 연결된다는 최소한의 확신


병원 의료팀이나 엔지니어링 팀처럼 네 가지 얼라인이 입사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맞춰진 조직은, 안정감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간호사는 병원에 출근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실무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집니다. 그 행위 자체가 팀에 기여하고, 회사의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며, 병원의 성장에도 직결됩니다. 별도의 설명 없이도 업무–팀–회사–비전이 한 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감이 그들의 몰입과 성과를 곧장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단계의 작은 조직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대부분의 실무가 당장 눈에 띄게 팀에 기여하거나 회사의 가치사슬에 포함된다는 확신이 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거의 모든 업무에 대해 “이게 왜 중요한지”, “팀과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일일이 설명해줘야 합니다. 구성원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을 주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안정감이 동력으로 작동할 여지가 제한적입니다. 병원처럼 이미 얼라인이 완성된 구조와 달리, 작은 조직은 안정감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비전과 방향성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맞물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안정감은 기본적인 신뢰의 토대일 수 있지만, 실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와 조직 전체의 목표를 강하게 연결지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계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작은 조직에서 제공할 수 있는 안정감은 한정적입니다.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지며, 회사가 계속기업으로 유지될 것이고, 구성원의 실수가 곧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정도가 최선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력한 도구는 “너와 조직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네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일종의 ‘건설적인 불안’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푸시가 없다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쪽으로 기울고, 결국 게을러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제 뜻은 안정감이 필요 없고 불안만이 동력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불안과 안정은 서로를 보완하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가끔은 패배감이 성장의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정감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적정한 균형입니다.


이 지점에서 『두려움 없는 조직』의 메시지에 대한 제 의문과 공감이 교차했습니다. 책 속에는 분명 공감할 대목이 많았지만, 말미에 가서야 레이 달리오가 말한 ‘극단적 솔직함’과 ‘극단적 투명함’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문장이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지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게 정말 효과적인가?”, “우리 현실 속 조직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지만, 책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앞으로 제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단순히 리더십 수업에 대한 감사 인사를 메일로 전해야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 책을 선물해 주신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책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제 삶과 조직에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 번, 좋은 수업과 귀한 배움의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유있으실 때, 가능하신 시간과 함께 메일 남겨주시면 저와, 저와 함께하는 팀원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타운홀 시대의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