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위한 몇 가지 팁

공연 한 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by 김연정


공연기획자로 일하며 개인적으로 국제 교류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적과 회사 사업으로서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한 경험 모두를 갖고 있다. 진로 특강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놀라워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우리가 사는 곳이 한국이라 내수시장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성공적인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적어보려 한다.



관심 있는 장르, 작품성이 보장되는 공연팀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A-1TRANSIT_V-LUCAS.jpg 다년 간 합작 작업을 해오고 있는 프랑스의 오스모시스

마음이 동하지 않는 작품에 어떻게 무한한 애정과 시간을 쏟을 수 있으랴. 이는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본다. 협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이 팀이 내가 관심 있는 장르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지와 최근 실적이다. 최근 2~3년간 어떤 작품 활동을 했고, 그 결과물이 어땠는지를 눈여겨보면, 이 팀과 내가 작업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감가는 장르나 뛰어난 작품성을 담보한 공연을 선보이는 팀을 만나면, 당장 협업 계획이 없다고 할지라도 명함을 받아 정리해두는 편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팀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을 때 정말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팀과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그들의 신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단 번에 쟁취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장기전이다!
20160915_153701.jpg 한불 합작 작품 제작 때 머물렀던 프랑스의 포앙우뜨

국제 교류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것은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단 번에 확실한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이다. 또 오랫동안 준비한 일들이 단 번에 틀어지는 사례도 잦다.


예를 들어 A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 팀의 공연을 보고, A 페스티벌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가정해보자. 예술감독이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 우리는 초청 관련해서 페스티벌의 스태프와 많은 연락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보통 페스티벌 프로그래밍은 단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1~2년 정도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흔한 일이다. 그래서 계약의 단계까지 거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던 즈음, 아뿔싸! A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 갑자기 교체된다. 새로 부임한 예술감독은 다른 프로그래밍을 짜기 시작한다.


이는 국제 교류가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해외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밍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예술감독이 장기간 자리를 보전하는 일이 거의 없다. 때문에 이전에 아무리 호의적인 관계를 형성했다고 하더라도 담당자가 바뀌면 모든 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흔적도 없이.


또 합작을 하기로 하고,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치자. 작금의 사태를 보면, 또 그 변수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거나 지연된 국제교류 프로젝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도 프랑스 댄스 컴퍼니와 실질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못한 채로, 전화와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예산 확보가 가능한 팀과 일해야 한다!
flyermunguau2.jpg 프로젝트를 위해 운송비를 사비로 충당했던 한국-아르헨티나 합작 프로젝트 <멍와우>

협업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시간에 비례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해외 왕복 비용과 현지 체류비용, 그 외 작품에 필요한 개발비와 제작비를 고려해보면 국내에서만 공연을 기획해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때문에 쌍방향 간에 얼마만큼의 예산 확보가 가능한지 확인이 되어야 한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진행했을 때에는 사적으로 쓴 돈이 많았다. 한국-아르헨티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에 참여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예산 확보가 어려워 나와 참가자 친구들이 사적으로 아티스트 해외 운송비를 조달했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돈을 쓰며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어떤 프로젝트도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일본의 SCOT에서 일할 때도 대규모의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의 예산이 든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협업을 할 팀이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 기관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 가끔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하고자 하는 해외 공연팀 등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단체의 재정도 탄탄하지 못한 데다 지원금을 받는데도 문외한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쳐 오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



국제 교류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팀과 합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02_works_scot01.jpg 다년간의 합작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일본의 SCOT

반드시 모든 프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국제 교류의 프로세스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미비해질 수밖에 없고 준비 절차에서 버퍼링이 걸릴 확률이 높다. 각 나라별로 지원금 정책이나 방향이 다르고, 합작에 대한 우대사항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실컷 노력한 것들이 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 다년간의 합작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서 그만큼 포용력이 좋다. 또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생긴 내성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여기서 주로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못 팔면 무용지물, 팔 수 있는 이와 손잡아야 한다!
KOREA_INDUSTRIE_2020TOUR_CHOONMAN-JO_OSMOSISCie.jpg 2020년 프랑스 오시모시스와 협력한 조춘만 작가 프랑스 전시 프로젝트

물론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예술 장르인 만큼 하나의 규격화된 상품으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연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쌍방향으로 소통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보면 작품 하나로만 따로 존재해서는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때문에 오랜 시간과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제아무리 뛰어난 공연을 완성시켜 두었다고 한들, 이것이 팔리지 않는다면 만들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쉽게 만들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이것을 현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유통할 수 있는 팀과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일했던 일본의 SCOT는 해외에서 워낙 유명한 인지도를 가진 팀이어서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올렸었고, 프랑스의 오스모시스는 워낙 많은 인맥이 있어 공연을 실질적으로 판매하는데 능했다. 협업을 결정하기 전에 이 컴퍼니가 현지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판매를 위해 움직이는지 여부를 잘 판단해야 결과물을 더 많은 곳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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