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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부 Aug 22. 2020

서울 사람? 시골사람? 그냥 이방인

이상한 서울나라의 이방인 - 프롤로그

이상한 서울나라의 이방인 - 오성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촌놈이 서울에 꿈을 품고 올라온 지가 어느덧 16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서울 사람이 되었느냐고? NO. 나는 여전히 서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 사람도 아닌, 그저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서울 촌놈’ 소리라도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지만 내겐 그도 녹록지가 않은 것이 이 이상한 나라 서울이다.  


서울에 대한 내 첫인상은 무언가 거대했다. 높다랗게 솟은 무수한 빌딩 숲과 깔끔한 슈트 차림의 남녀들이 거리마다 가득한 곳. 어딜 들어가도 세련된 말투와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 


그래서 어쩐지 해도 달도 그 모양새가 조금은 달라 보이기도 하고 또 서울 공기는 뭔가 달라도 다른, 달큼하게까지 느껴져 정신이 아득해왔다. 그러나 이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무언가 실상을 들여다보게 된 것만 같은. 어쩌면 평생 모른 채 그저 환상으로 남겼으면 더 좋았을 법한 것들 속에 불쑥 발을 담근 느낌이었다.      


 서울은 정말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휘황찬란한 옷을 걸치고 엄청난 타이틀의 회사에 소속돼 있고 또 그 회사에서도 중차대한 직무를 맡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전혀 기뻐 보이지가 않았다. 무언가 삶에 찌들어 있는 듯 보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경쟁심을 넘은 어떤 경계심들이 촘촘하게 거미줄 치고 있었다. 나는 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견디는 나날들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 연속되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점점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사는 날이 늘어만 갔다. 


그렇게 서울에 몸은 담고 있지만 마음까지는 온전히 담기지 못한 채 사는 날들. 그래서 서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 사람도 아닌.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뭘까?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피부 색깔에 같은 문화를 지니고 있어도 그저 ‘이방인’에 지나지 않는 것. 결국 나는 ‘그냥 이방인’이었다. 어느 쪽에도 섞일 수 없는.      


나는 이 이상한 나라 서울에 입성만 하면 뭐든지 다 잘 풀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뭐든 사람 일이란 뜻한 대로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집값은 왜 이렇게 천정부지 솟구쳐 내려올 기미가 없고, 세상 이렇게나 집이 많은데 내 집은 어디 한 칸도 없고, 나도 출세라는 걸 좀 해보고 싶어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나는 놈은 왜 이리 많고, 또 그 나는 놈 위를 기어이 밟고 공중부양까지 선보이는 놈들까지 나타났다. 하루하루 사는 일이 살얼음판 같기만 하고 무섭고 겁나기만 하는데 나는 왜 또 이곳에서 그렇게나 버티지 못해 안달인 건지.   


그러나 내가 이 과정을 겪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이렇다. 이 땅도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라는 것. 또 사람 냄새도 이따금씩 진하게 풍기기도 하는, 그런 살만한 땅이라는 것. 그래서 결론은 오늘도 버티자는 것이다. 이겨내자는 것이다. 결국에는 버티고 견디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니까. 


이 이상한 나라 서울에서 살아남는 게 오늘도 버거운 이들이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방인이면 좀 어떤가. 서울이 태생이 아니면 좀 어떤가. (사실 서울 태생이 아닌 사람들이 여기에 더 많이 살고 있다). 때론 소신껏 살 수 없다고 해서 꿈까지 꺾어버리지는 말길.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당당하게 가자.

렛츠 두잇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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