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서울 나라의 이방인 5-6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는 뮤지션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박진영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는 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 같이 식단을 조절하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또 노래와 춤 연습을 하고. 데뷔 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그는 지금도 무대를 누비며 춤을 추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진영 씨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절제하는 힘,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루틴을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일일계획을, 어떤 이들은 한주의 계획을,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한 달, 일 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장기전의 계획과 목표들을 세운다. 그런데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정작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 이유는 루틴은 ‘만들’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들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루틴이다.
나 역시 서울생활을 하면서 만든 한 가지 루틴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자취생활이 그랬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일. 특히 이런 일들은 밖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쌓인 피로도가 극에 달한 날이면 더더욱 하기 싫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밥을 먹고 ‘설거지는 그냥 내일 하자.’ 하며 싱크대에 그릇을 담가 두었고 ‘빨래도 내일 하자’, ‘조금만 있다가 하자’, ‘바쁘니까 주말에 하지 뭐’ 하면서 미루다 보니 나중에는 밀린 설거지며 빨래를 하느라 딱 하루 쉬는 날을 다 버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안 한다는 것. 그리고 오늘 미룬 일들은 내일 두 배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일정을 마치고 귀가를 하면 제일 먼저 씻는다. 그리고 집안일 중 가장 시급한 두 가지를 처리한다. 예를 들면 오늘은 청소와 빨래. 내일은 집안 구석구석 먼지 털기. 처음에는 이 모든 걸 한 번에 매일 하려고 하니 금세 지침이 와서 다 내려놓고 몇 날 며칠이고 청소도 빨래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게 됐다. 그러다 보니 애써 지키려고 만들었던 루틴이 깨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예전 생활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매번 실패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없던 습관을 몸에 들이는 일이란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만든 계획이었고 이 작은 루틴도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인들 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하더라도 이 습관이 몸에 자동 반사가 되어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 결과 몇 달 후쯤에는 정말 거짓말 같이, 밥을 먹으면 곧바로 설거지를 하는 등의 행위를 몸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작은 것부터 큰일들까지 촘촘히 ‘루틴 만들기’를 통해 이루어 가고 있다.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자. 오늘 안 되면 다시 시도하고 도전하면 된다. 오늘 안 되었다고 해서 내일도 실패할 거란 생각은 버리자. 지금 당장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더디더라도.
눈에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생활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얼마 후쯤에는 변화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역시 실패했다. 그러나 괜찮다. 내일 다시 도전하고 시작하면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