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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강남이라 부르는 곳에,

숨겨진 혐오시설들

by 이경민

서울이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어떤 흐름과 맥락으로 도시가 구성되었는지를 봐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해석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제목에 언급한 '강남'이라는 단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에게 '강남'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복잡한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한강의 남쪽, 누군가에게는 강남역(지하철 2호선) 인근, 누군가에게는 강남구만, 누군가에게는 지역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로 각각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비슷한 듯 다른 복잡 미묘한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서울의 도시 발전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맥락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지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이유에 대해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서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변화의 지점을 발견하는 순간도 이로부터 출발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강남이라고 부르는 곳에 숨겨진 혐오시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현재는 부의 상징인 강남이 과거에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던 지역인지, 어떤 지점들이 달라졌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여기서 칭하는 강남은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지역을 말한다.)



혐오시설 ;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은 땅끝으로


사례 1) 마루공원

일원동 택지개발 당시 혐오시설이었던 강남구의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을 구의 끝인 일원동에 몰아넣었다. 지금은 강남구의 주택지역이 세곡동까지 확장되었지만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이 세워질 때쯤엔 일원동이 수서동과 함께 구의 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자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 구가 보상차원에서 공원을 조성했다. 실제로 하수처리장과 관련된 일원1동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2000년대까지도 많았는데(특히 악취와 모기), 2008년에 하수처리장을 복개하여 공원을 조성한 후 관련 민원이 급감하였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농구장, 풋살장, 아이들 놀이시설, 산책로와 더불어 주차장도 함께 조성되어 있다. 다만, 하수처리시설 상부 쪽에 공원이 조성되었고, 본 기능을 하는 시설 자체는 옮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온라인 지도상에 나와 있는 스카이뷰를 보면 초롯빛으로 물든 나무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시설물이다.


1980년 6월 17일 자, 경향신문

강남구 일원동에 탄천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하루 90만 m 2 능력. 시, 건설부에 도시계획시설 결정 요청


서울시는 17일 탄천과 양재천이 합류하는 강남구 일원동 84 일대 30만 8천7백 평에 탄천 하수종말처리장을 세우기로 하고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건설부에 요청했다.


시는 이 계획이 확정되면 이곳에 하루 90만 m3 처리능력을 갖춘 하수종말 처리장을 설치, 성남시와 과천에서 유입되는 하수를 정화하게 된다.



1997년 5월 26일 자, 경향신문

" 하수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혐오시설 여겨졌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 하수처리장 윗부분 복개한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탄천 하수처리장의 최초침전지 상부 3,400평을 복개해 공원을 꾸미기로 하고 내년 상반기 중 착공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복개공원에는 배구장, 배드민턴장 조깅 산책로, 간이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게 되며 도시개발 아파트 등 주민의 요청에 따라 주차장도 갖출 예정이다.

탄천 하수처리장은 침전지와 포기조 등 전체 2만 3천 평 중 1단계로 최초 침전지만 복개하여 99년 완공된다. 이어 나머지 미복개 부분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복개 및 공원 조성공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

<1997년 5월 26일 자, 경향신문>



사례 2) 쓰레기 소각장 (강남 자원회수시설)

하수처리장 오른편으로 시야를 돌리면 강남 자원회수시설의 굴뚝이 아주 잘 보인다.

서울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은 총 4개로, 일원동, 상계동, 목동, 상암동 지역에 위치해 있다. 시설이 생겨날 당시에 해당 지역이 속한 행정구역의 끝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왜 시설들이 이곳에 위치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강남 자원회수시설의 경우 저 굴뚝이 보이는 대로 걷다 보면 어느새 아파트 단지와 가까워짐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수서단지 아파트와 매우 인접한 거리에 위치해있다.


목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 옆에 시설이 위치한다. 자원회수시설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로 난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와 생활시설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교육, 부의 상징으로써의 기능과 성격은 강남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축, 맥락이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생활기반 시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음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인위적으로 조성하다.


1. 단독주택지구

80-90년대 개포지구의 개발과 함께 주공아파트 일색으로 지어진 개포동과 다르게 주거형태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일원동에 양재천 이남에서 가장 큰 단일면적의 단독주택 지구가 형성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원동에 아파트가 없는 것이 아니고 개포동에도 단독주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층아파트를 짓지 못하는 1~2종 일반 주거지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지구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2016년에는 개발제한이 해제된 이후로 노후된 주택을 부수고 신식 빌라를 올리는 공사 소리가 동네 어디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축빌라 공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단독주택으로 남아 있는 곳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이색적으로 느껴지기도. (다세대 빌라도 여러 채 있지만 층수가 낮다.)


택지개발 촉진지구는 서민주택의 집단적인 공급과 개발이익의 환수를 목적으로 1981년 제정된 「택지개발 촉진법」에 의하여 지정되었다.


※ 개포택지개발지구 추진경위
○ 1988.12.22 : 개포택지개발사업 완료
○ 2002.06.17 : 개포택지개발지구(공동주택지)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 (서고 제2002-227호)
○ 2007.11.14./ 2011.06.22 : 개포택지개발지구(대청마을) 도시·건축 공동위원회 심의
- 보류 : 단독주택 유지, 용도지역 상향 및 공동주택 불허
○ 2011.06.23 : 개포택지개발지구(공동주택지)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재정비) (서고 제2011-167호)
○ 2013.05.28 : 개포택지개발지구(대청마을) 주민열람공고
○ 2013.11.07 :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소위원회 자문
○ 2014.12.30 :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 요청(구 → 시)
○ 2015.02.11 :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보류)
- 보류 : 주거환경 및 기반시설을 고려한 다세대 주택 허용 여부 재검토
○ 2015.10.29./ 2015.12.21. :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소위원회 자문
○ 2016.04.27 :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 2016.08.25 :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변경) 결정 고시 (서고 제2016-261호)
- 10세대(가구) 이하의 다세대(가구) 주택 허용

[내용 출처: 일원동 대청마을(단독주택지) 일반주거지역 종 상향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서 내용 중
일부 발췌 ]


2. 맛의 거리

단독주택지구를 따라 한쪽으로 길게 맛의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맛의 거리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될 만큼 비교적 한적하다. 한편으로는 방문한 시점이 코로나 상황인지라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싶다. 이 거리는 1994년도에 인근에 삼성병원이 생기면서 형성된 곳이라 사실상 병원이 없었더라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와 연관하여 인근에는 삼성사원아파트도 위치해있다.

단독주택지구와 맛의 거리 모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기보다는 일원동이 택지개발이 되면서 조성된 인위적인 동네임은 확실하다. 물론 서울의 어느 동네든 택지개발에 형성된 동네가 아닌 곳이 있겠느냐만은 행정구역상으로 서울의 가장 끝, 경계지라는 것을 의미하는 시설들이 공존함으로써 보이는 부자연스러움이 인위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일원동의 현재를 지속적으로 보다 보면, 사람들은 과연 이곳을 강남이라고 인식하고 있을지 점점 궁금해진다.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행정구역과 지리적 위치로써의 강남지역은 맞으나 '강남?'이라고 했을 때 일원동이 머리 속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아직 우리는 너무나 좁은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나, 흐름, 맥락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설명과 사례들이 필요할 것 같다.)


앞의 사례를 통해서는 강남 개발로 많은 것들이 발전했지만 많은 것들이 묻히거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동네를 구성하고 있는 주거 조직과 시설, 그리고 분위기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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