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는 단어는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애틋한 것 같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또는 자주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쓰는 말인 것 같다. 가끔은 그냥 단순히 보고 싶은 수준을 넘은 강한 그리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마음 한 편이 바람이 부는 듯 춥다. 글을 쓰면서 지난날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이상했다. 나는 그와 있을 때 오래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다. 그때 나는 말이 별로 없었다.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는 나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사랑이 뭔지 잘 모를 때였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컸던 서툰 사람. 누군가가 나에 대해 하는 말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들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조금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다.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며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냥 조금 궁금하다.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실제로 듣는다면 아마 상처 받아 골방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내가 안 좋은 기억만 생생히 기억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어쩌면 내가 안 좋은 기억일지도.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내 곁에 없는 이들에게 미안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잠 못 이룰 때도 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가의 그리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라는 기억의 작은 조각이 그에게 오래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의 조각을 가지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어쩌면 인간은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기억되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라는 존재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내가 심어둔 그 기억의 조각으로 그가 나를 평생 기억하며 살 수 있게 말이다. 좋은 기억으로. 따스했던 시절로.
잊힌다는 것은 외로움보다는 더 쓸쓸한 말인 것 같다. 가끔 영화에 이런 대사들이 나온다.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살아간다. 나는 가끔 직원들에게 내 첫인상을 묻고는 한다.
나는 항상 그대로인데, 어떤 이에게는 날카로워 보이고,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좋은 모습으로만 기억할 수 없겠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소중하다.
물론 끔찍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내 삶에서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면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일들이라면 그것 또한 내가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어느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모든 치유자는 상처 입은 사람이다.' 나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다면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고 치유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상처를 이겨냄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나는 크게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기억해내고는 한다. 그날 그가 했던 말들, 입었던 옷, 옷의 색깔, 액세서리, 그가 마셨던 커피의 이름 등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가끔 사람들이 그런 것까지 왜 기억하고 있냐고 할 때가 있다. 기억하는 게 많을수록 그리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외할아버지 집에 가면 액자마다 메모를 적어두셨다. 외증조할머니와 찍은 사진 아래에는 '사랑하는 어머니' 외할머니의 사진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 가족사진에는 '사랑하는 가족' 등의 메모이다.
나이가 들 수록 기억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벌써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거의 희미해져 간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다 잊혀버리겠지.
할아버지는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 곳곳에 메모를 적어두셨는데, 치매라는 병이 기억을 조금씩 지워버리고 있다. 기억이 사라질수록 그리움도 조금씩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속 쓸쓸함은 여전하다.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웃는 모습 속에 슬픔이 묻어있다.
아픈 기억은 빨리 사라져 버리면 좋겠지만 사랑했던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것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너에게 내 조각은 어떤 기억일까. 나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듯이. 사람들은 관심 없는 것에 은근한 욕심을 부리는 못난 서른셋. 괜스레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는 날이다.
'내가 당신을 기억할게, 내가 당신을 생각할게.'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한다.